세계일보

검색

[인터뷰] 강동원 “꽃미남? 굳이 탈피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입력 : 2014-07-24 16:01:50 수정 : 2014-07-24 16:39:0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빵’하고 터졌다. 4년 만의 복귀작이 제대로 흥행 물살을 탔다.

배우 강동원이 주연으로 나선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감독 윤종빈) 얘기다. ‘군도’는 개봉 첫날 55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국내외 영화를 통틀어 역대 최고의 오프닝 기록을 세웠다. 올 여름 극장가 최고 기대작다운 출발이다.

배우 하정우와 투톱으로 나선 이 영화에서 강동원은 힘없는 백성들을 괴롭히는 ‘악의 축’ 조윤 역을 맡아 서슬 퍼런 악역 카리스마 연기를 펼쳤다. 서얼 출신으로서 어린 시절 겪은 트라우마로 인해 절대악이 되어버린, 그런 인물이다.

강동원은 제작보고회와 시사회 등을 통해 4년 만의 촬영장 복귀 소감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이제 좀 사람답게 뭔가 해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촬영장에서 적응하지 못해 혼자 속앓이를 했다.”

그러나 역시 배우는 배우인지 촬영장에 곧 적응했고,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꼈다고 했다.

영화에서 조윤의 긴 도포자락이 휘날릴 때마다 마치 한 편의 무용공연을 보는 듯 액션이라기보다는 예술에 가까운 경지를 보여준다. 그도 그럴 것이 강동원은 이 영화에서 그냥 악역이 아닌 ‘멋진 악역’을 담당했다.

그는 자신으로부터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들, 그리고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듯 보였다. 일부러 자신을 둘러싼 고정관념이나 틀을 깨부수려 노력하지 않는다. 뭐든 자연스러운 게 최고다.

그게 ‘늑대의 유혹’이 됐든, ‘군도’가 됐든 작품에 따라 자기가 해야 할 몫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고 작품 안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오늘날의 강동원을 만들어준 중심사상은 여기서 나온 듯 보였다.

다음은 강동원과 나눈 일문일답.

-요즘 눈빛이 달라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 것 같다.

▲ 내가 달라진 건 아닌데, 어딜(군대) 좀 다녀오면 뭐가 좀 달라져 있어야 하나 보다. 4년 만의 컴백이라고 그동안 응축된 뭔가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분들도 많은데.(웃음) 난 내 자신을 돌아본 것도 없고, 그냥 똑같은 사람이다.

-4년 만의 복귀인데 왜 ‘악역’이냐는 질문 많이 받지 않나.

▲ 그렇다. 작품 선택할 때부터 정말 많은 질문을 받았다. 대체 복귀하면 어떤 역할을 해야 정답인가? 엄청 착한 역할? 평범한 역할? 뭘 해야 되나 도대체? 아무도 답을 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악역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악역은 ‘초능력자’ 때나 ‘그놈 목소리’ 때 해본 경험이 있는데, 이렇게 능동적으로 악역 연기를 한 것은 처음이었다.

-‘군도’에 함께 참여한 하정우씨가 “정말 준비 많이 하더라”며 강동원씨를 칭찬했는데.

▲ 실제 많이 하긴 했다.(웃음) 저 혼자 액션연습을 네, 다섯 달 했으니까. 연습하는 걸 좋아했다. 조윤이 극 중 ‘장도(長刀)’를 들고 액션하는 게 좋았다. 현대무용 같은 느낌이 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기존에 썼던 검(劍)은 상대를 찌르는 것인데, 도(刀)는 상대를 벨 때 쓴다. 절도 있는 행동을 해도 의상이 워낙 길어서 무용 같은 느낌이 좀 났을 거다.

-윤종빈 감독이 평소 강동원씨 팬이었다고 공공연히 말했다. 정말 윤 감독의 사랑을 받았나.

▲ 사랑은 받았지만, 조윤에게 더 무게를 실어줬다는 생각은 안 든다. 시나리오상에 (조윤) 분량도 많지 않았다. 임팩트가 좀 있어서 그렇지, 중반까지는 거의 나오지도 않는다.

-장면은 별로 없는데 임팩트가 있는 역할이라면 배우로서 좋은 것 아닌가.

▲ (웃음) 물론 좋다. 좋은 거다. 존재감이 있었다는 뜻이니까. 그런데 안타깝게도 조윤은 큰 액션신이 많아서 촬영 회차는 오히려 더 많았다. 감독님이 멋있게 찍어주려고 노력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영화의 하이라이트 신으로, 조윤 혼자 군도 다수를 물리쳐야 하는 장면은 얼마나 오래 찍어야 했나.

▲ 아무래도 다수를 상대하는 신이다 보니, 저 혼자 많이 움직여야 했다. 경기도 양주에서 10일 정도 찍은 것 같다. 조윤에게 가장 중요한 신이기도 했고, 감독님이 이 장면만큼은 ‘롱 테이크’로 찍게 해달라고 주문하셨다. 대역 없이 계속 가니까, 나중에는 저 대역해주시는 형이 “일이 너무 없어 민망하다”고 투덜거리더라. 그래도 그 형이 받는 편당 출연료는 똑같으니까 내가 일 덜어준 셈이다. 괜찮다.(웃음)

-이번 작품으로 ‘아름다운 악역’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긴 머리 액션신이 화제가 되고 있다.

▲ 그 장면에 가장 애착을 느낀 건 분장 실장님이 아닐까. 제게 긴 머리를 꼭 씌어보고 싶다고 했다. 감독님은 그 장면에서 조윤이 약간 귀신처럼 비쳐지길 의도한 것 같다. 내 개인적인 감흥은 없었다. 어차피 이 영화는 오락액션 영화고, 조윤은 무조건 멋있어 보여야 하니까 거기에 따랐을 뿐이다.

-하정우씨와 라이벌 의식은 없었나.

▲ 없다고 말하면 그건 거짓말이다. 형이 내 라이벌이어서 너무 좋았다. 촬영장에서 늘 유쾌한 에너지를 끌고 다니는 형이다. 다음 작품도 같이 하고 싶다고 말하고 다닌다.

-하정우 감독으로부터 출연 섭외가 들어온다면.

▲ 작품부터 볼 생각이다. 그리고 앞으로 지켜보겠다.(웃음)

-하정우씨가 인터뷰에서 강동원씨가 미식가라고 말했다. 맛집 찾아다니는 걸 좋아한다고.

▲ 워낙 먹는 걸 좋아한다. 아무 거나 대충 먹는 걸 싫어한다. 이번 지방 촬영하면서도 사람들이 맛집 찾아다니는 걸 귀찮아 하니까, 막내인 내가 열심히 찾았다. 방법은… 일단 블로그는 일부만 참고했다. (홍보성도 많아서) 다 믿으면 안 된다. 그리고 앱도 찾아보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물어보고 검증했다. 맛집을 찾으면 우리 인원이 다 들어갈 수 있는지 방의 크기와 좌석수부터 체크했다.

-“멋있는 건 강동원 담당이야”라는 윤종빈 감독의 말,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 그게 감독님 의도라는데 어쩌겠나. 그렇다고 ‘난 멋있는 역할 잘할 수 있어!’ 이런 각오로 작품에 들어가진 않았다. 하지만 그런 역할이 주어진 이상 최대한 잘해야 했다. 배우는 어디까지나 작품을 위해 노력해야 하니까.

-데뷔 이후 따라다니는 ‘꽃미남’ 타이틀을 이제 좀 떼어버리고 싶은, ‘이미지 변신’에 대한 욕구는 없나.

▲ 난 늘 그랬다. ‘꽃미남’이란 말이 고맙다. 굳이 거기에서 탈피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웃음) 신비주의? 그런 것도 모른다. 기자회견이나 레드카펫에서 쑥스러워하고 낯가리는 건 어디까지나 내 성향이고 기질이다. 사람들은 그걸 신비주의라고 오해하는데 그게 아니다. 카메라 앞에서 내 역할을 연기하는 것과 대중 앞에 나서는 건 확실히 다른 것 같다. 그나마 나이가 드니 마음의 여유가 조금씩 생기고 있다. 

글 · 현화영 hhy@segye.com
사진 · 스포츠월드 김용학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