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모두가 잠든 밤이면 이 배는 전혀 다른 공간이 된다. 창문을 열고 베란다에 나서면 이렇게 고요한 세상이 없다. 짙은 어둠이 깔린 세상에는 하늘과 바다, 그리고 달리는 배가 만들어내는 하얀 물결만이 존재한다. 여행하며 한두 번쯤 가져보면 좋은 사색과 성찰의 시공간으로는 더할 나위가 없다.
슈퍼스타 버고호가 이른 아침에 도착한 두 번째 기항지 베트남의 하롱베이. 바다 위에 떠있는 3000여개의 섬과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다. |
싼야는 중국 최남단인 하이난도 남쪽에 자리한 휴양지. 하와이와 거의 같은 위도에 위치해 한겨울에도 기온이 23도 아래로는 떨어지지 않는다. 싼야 항구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펑황다오(鳳凰島)라는 인공섬에 세워진 5개의 닮은꼴 빌딩이다. 두바이에서 유명한 부르즈 알아랍 호텔을 본떠 만든 건축물로, 고급 아파트와 호텔이 들어서 있다. 중국의 눈부신 경제성장, 동시에 심화되는 빈부격차를 상징한다는 게 현지 안내인의 설명이다.
중국 하이난도 싼야의 펑황다오 앞에 정박한 버고호. |
‘지구의 끝’에 앞서 다둥하이(大東海) 해변의 작은 언덕에 자리한 루후이터우(鹿回頭) 공원을 돌아본다. 옛날 명궁이 폭군의 강압에 못 이겨 사슴 사냥에 나섰으나, 시위를 당기려는 순간 고개를 돌린 사슴이 눈물을 흘리며 아름다운 아가씨로 변했다는 전설이 서린 곳이다. 싼야 최고의 전망대인 이곳에 오르면 다둥하이 해변에 서 있는 펑황다오의 빌딩, 그 옆에 정박한 크루즈선이 성냥갑만 한 크기로 내려다보인다.
중국의 최남단인 하이난도 싼야의 톈야하이자오(天涯海角)의 기암괴석. |
톈야하이자오 공원 입구에서 전동차를 타고 이동해 기암괴석이 즐비한 해변을 돌아보게 된다. 바닷가 우뚝 솟은 두 개의 바위에 ‘천애’와 ‘해각’이라는 글씨가 각각 새겨져 있다. 또 다른 바위에는 ‘남천일주(南天一柱)’라는 글귀도 남아 있다. 정취도 빼어난 데다 국토의 끝이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져 중국인들은 이곳을 한층 더 각별하게 여기는 것 같다.
싼야에서 한나절 정박한 버고호는 이젠 북북서 방면으로 키를 잡는다. 이튿날 새벽 도착한 베트남 하롱베이는 통킹만 서북부에 자리한 곳으로, 바다 위에 떠있는 3000여개의 섬과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룬다. 하롱베이는 석회암 지대가 3억년 이상 진행된 침식 작용과 해수면의 변화에 의해 생겨난 카르스트 지형이다. 하롱은 ‘용이 내려온 자리’라는 뜻인데 한자로 ‘하룡(下龍)’으로 쓴다. 작은 보트로 갈아타고 하롱베이의 풍광을 감상한 후 휴양지로 개발된 바이짜이 해변의 노천시장을 둘러보게 된다. 아침 해무가 휘감은 기이한 형태의 섬들이 한층 더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싼야·하롱베이=글·사진 박창억 기자
■여행정보=홍콩∼싼야∼하롱베이를 오가는 슈퍼스타 버고호는 매주 토요일 오후 홍콩 빅토리아 하버에서 출항한다. 하나투어, 레드캡투어, 노랑풍선, 한진관광에서 이 크루즈 상품을 판매한다. 가격은 객실 유형에 따라 159만∼229만원. 13층 건물 높이인 버고호는 7만6000t으로 객실은 935개이며, 승객 1870명을 태울 수 있다. 갈라 파티에서 입을 세미 정장을 준비하는 게 좋다. 선내에서 무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으며, 사용료는 24시간에 45홍콩달러(약 6500원) 정도. 선내에서 환전이 가능하며, 별도의 팁은 주지 않아도 된다. 한국인 승무원의 안내도 받을 수 있다. 스타크루즈 한국사무소 (02)733-9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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