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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철칼럼] 피그말리온 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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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7-24 21:59:59 수정 : 2015-01-20 21: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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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장은 청와대로 김진선 후임은 관피아 KBS 사장은 장기 공석
설명에 인색한 정부 침묵의 나라 되려나
전 내무장관 최형우는 김영삼정부의 실세였다. 대통령의 오른팔인 그가 내무장관이 되자 눈치 빠른 경찰 간부들이 모두 그에게 줄을 섰다. 최형우는 그때 이런 행복한 비명을 질러댔다. “나 잠 좀 자게 해줘. 전국의 경찰간부들이 밤과 새벽도 가리지 않고 서로 전화로 보고한다고 난리니 잠을 잘 수 있어야지….” 그가 갑자기 뇌리에 떠오른 것은 순전히 이성한 경찰청장의 처신 탓이다. 유병언 청해진해운 회장이 유령으로 나타난 다음날이다.

이 청장은 청와대로 가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보고서를 올렸다. 김 실장이 호출했다고 해도 내용은 달라지지 않는다. 직분에 충실한 경찰청장이라면 안전행정부 장관실이나 정홍원 국무총리실을 먼저 찾았을 것이다. 정부조직법상 위계질서가 그렇게 돼 있다. 경찰청장이 굳이 두 사람을 제치고 비서실장에게 머리를 조아린 이유를 헤아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 두 사람을 물로 본 것이고 다른 한 사람을 최형우 같은 실세로 본 것이다. 이후 순천서장과 전남경찰청장의 자리가 치워졌다. 이성한 청장은 어제 국회에서 “사퇴할 것이냐”는 질문에 “더 분발해 일하겠다”고 했다. 경찰은 무능하다고 바가지로 욕먹지만 줄을 잘 서서인지 청장은 건재하다.

김진선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이 며칠 전 사퇴했다. 저승사자 같은 감사원 특별감사 이후 실세와 알력설, 낙하산 인사 거부설 등 온갖 잡음이 일었다. 그 후임자로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1차관이 내정됐다. 정창수가 누구인가. 차관을 지낸 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지냈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척결을 부르짖고 있다. 그는 운 좋게도 그 전에 낙하산을 타고 내려갔다. 그럼에도 겨우 9개월 만에 접고 강원도지사 자리에 도전했다. 친박 주류가 밀어줬음에도 경선에서도 패했다. 그게 전부다. 체육 행정을 해본 경험도, 평창올림픽과 별 인연도 없다. 김진선은 사퇴하면서 “평창 올림픽 성공을 위해 새로운 리더십이 요구돼 사퇴한다”고 했다. 이 파문이 아름다워지려면 최소한 경험과 경륜에서 그보다 낫다고 여겨지는 사람이 그 자리를 맡아야 한다. 정창수의 내정은 정부의 동문서답이다.

백영철 논설위원

KBS 이사회는 지난 9일 조대현 전 KBS미디어 사장을 신임 사장 후보로 선정하고 다음날 대통령에게 임명을 제청했다. 그로부터 보름이 지났지만 아직 깜깜무소식이다. 조대현은 정부에서 민 후보자가 아니다. 이사회 여당 측 인사는 7명이고 야당 측 인사는 4명이다. 조대현은 6대5로 정부 내정자를 밀어냈다. 여당 측 두 명이 반란을 일으킨 셈이다. 그의 부친이 야당의원 생활을 한 적이 있다. 임명 지연이 설마 집안 내력과 성향, 반란표 때문은 아닐 것이다. 안행부에서 검증을 세게 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돈다. 길들이기 포석인지, 개인적 흠이 있어 주저앉힐 생각인지 알 수 없다. 누구도 설명을 해주지 않으니 추측만 난무한다.

이뿐 아니다. 정성근 문화장관 후보자의 재임명 강행시도와 낙마에 대해서도, 유진룡 장관에 대한 전광석화 같은 면직조치에 대해서도 묵묵부답이다. 아무도 말해주는 이가 없으니 물어보는 사람만 멋쩍다. 국민에게 설명이 인색하고, 그저 따라오면 된다는 식은 소통부재의 결정적 단면이다. 음습해질수록 음모론만 춤춘다. 침묵의 나라인 조선은 망국했다. 침묵을 강요하는 정부는 별로 좋은 정부가 아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온다. 피그말리온은 키프로스 섬의 왕이다. 그는 미녀 아프로디테를 사랑했다.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돌로 그녀의 조각상을 만들고 돌덩이와 사랑에 빠졌다. 누구라도 피그말리온처럼 자신이 꾸며낸 이상향과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독선과 신념 과잉은 병이다. 이 병에 걸리면 사명감과 애국심이 충만하고 아무리 사심이 없어도 피그말리온처럼 눈에 콩깍지가 씌게 된다. 피그말리온 증세가 청와대에 전이된 게 아닌지 두렵다. 신화에서 돌은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신한다. 해피엔딩이다. 하지만 오늘 한국의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으니 보통 문제가 아니다.

백영철 논설위원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정정 및 반론]

지난 5월 25일 이후 기독교복음침례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보도에 대하여, 유 전 회장이 밀항이나 정치적 망명을 시도하거나 정관계 로비나 비호를 받은 사실이 없으며, 금수원 내에는 지하터널이나 지하벙커가 없음이 검찰 수사 결과 확인되어 이를 바로 잡습니다.

또한, 유병언 전 회장은 청해진해운으로부터 4대보험이나 국민연금을 받은 사실이 없으므로 청해진해운 회장이라고 할 수 없으며, 유 전 회장이 세월호 내부 증개축을 지시한 사실이 없으며, 유 전 회장의 세모그룹은 1997년 부도 당시 적법한 절차에 따라 법정 관리를 받았으며, 김혜경 씨 등 특정 개인이 유 전 회장의 비자금을 관리한 사실이 없으며, 경기도 안성, 경북청송 제주도, 경북 봉화, 울릉도 등의 영농조합들은 유 전 회장 소유가 아닌 해당 조합원들의 소유이며, 유 전 회장은 ‘김혜경이 배신하면 구원파는 모두 망한다’는 발언을 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왔습니다.

그리고 국과수를 통해 유 전 회장의 사망 시점이 확인됨에 따라서 기독교복음침례회에서 유 전 회장의 도피를 조직적으로 도왔거나 ‘김엄마’와 ‘신엄마’가 도피 총괄 지휘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와 이를 확인하였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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