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까지 동원한 단군 이래 최대 검거 작전을 벌이면서도 유씨를 잡지 못한 것이 그가 신출귀몰해서가 아니라 검경의 무능 탓임이 드러난 꼴이다. 유씨 수사를 지휘한 최재경 인천지검장이 부실수사 책임을 지고 어제 사표를 냈다. 앞서 경찰청은 전남지방경찰청장, 순천경찰서장, 형사과장을 직위해제하고 감찰에 착수했다.
검경의 부실 수사는 국가 공권력의 총체적 난맥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세월호 구조에서 제 역할을 못한 해경과 다를 게 없다. 꼬리자르기 식으로 어물쩍 넘어갈 일인지 곱씹어봐야 한다. 여당은 어제 검경 지휘라인 문책론을 공식 제기했다. 검경 수뇌부는 물론 황교안 법무부 장관까지 문책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고 한다. 법무부와 검경의 기류는 다르다. 황 장관은 어제 “책임을 피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진상을 밝히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이성한 경찰청장도 부실수사에 사과했지만 “엄정한 수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밝히겠다”고 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기관장의 옷을 벗게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법 질서를 바로 세워야 할 검경의 흐트러진 기강을 방기해서도 안 될 일이다. 무너진 공권력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되살리겠는가. 검경 수뇌부의 퇴진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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