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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통해 들여다 본 한국사회… 국민들 삶은 행복할까

입력 : 2014-07-25 19:56:09 수정 : 2014-07-25 19:5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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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정 지음/따비/1만4000원
대한민국 치킨전/정은정 지음/따비/1만4000원


1997년 이후 한 번도 외식 메뉴 1등 자리를 내준 적이 없는 치킨은 한국의 음식과 음식문화 얘기를 한다면 빼놓을 수 없다.

육계 시장을 제외하고 순수한 치킨 시장만 연간 3조원 규모다. 프랑스 음식평론가 브리야 사바랭은 “내가 먹는 것이 바로 나”라고 했다. 이 말대로라면 치킨 공화국인 대한민국의 국민은 곧 치킨이다. 그렇다면 이 ‘치킨 국민’의 삶은 행복한가.

신간 ‘대한민국의 치킨전(展)’은 1970년대 서울 명동에서 2014년 진도 팽목항까지 치킨을 둘러싼 다양한 풍경을 통해 한국사회를 들여다 본다.

농업사회학을 전공한 저자에 따르면 치킨의 등장은 농축산업 발전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치킨이 외식 메뉴로 정착한 것은 산업형 양계가 가능해졌기 때문인데, 이는 1960년대에 복합사료 농장이 세워진 덕이다. 또 미국의 곡물업체가 대량 생산한 콩으로 국내 식품기업이 식용유를 값싸게 공급해 닭을 솥에 넣고 튀길 수 있었다.

치킨이 외식산업 1위를 차지한 것은 1997년. 수많은 사람이 직장에서 쏟아져 나와 치킨집을 차렸던 때다. 저자는 한국 사람이 유독 치킨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치킨집이 많이 있기 때문에 많이 먹는다고 말한다.

2002년부터 2012년 사이에 문을 연 치킨가게는 전국적으로 7만4000여개. 이 중 5만여개가 문을 닫았다.

치킨 프랜차이즈는 전쟁 수준의 경쟁을 벌인다. 치킨점 ‘사장님’들은 본사의 횡포에 눈물짓고, ‘알바느님’ 모시기에 노심초사한다. 닭을 키우는 과정은 기업의 수직계열화가 거의 완료된 상태여서 양계농민은 양계기업의 하청 노동자와 다를 바 없다.

경쾌한 문체로 전하는 메시지는 아프고 묵직하다. 저자는 “치킨집 사장님의 삶에서 내 미래를 간보고 있지 않는가”라며 “오늘 한 마리의 치킨과 한 잔의 맥주가 결코 즐겁지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썼다.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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