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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미술세계와 슈퍼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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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7-25 21:22:46 수정 : 2014-07-25 21:2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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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 서양화 중심 편중
동양화도 ‘장르 확장’ 모색해야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갑 중의 갑, 이른바 ‘슈퍼갑’이 출현해 도덕적·사회적·정치적 물의를 일으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그중 우리 전통과 격조가 살아 숨 쉬는 동양미술 세계도 슈퍼갑에 의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동양미술에는 은유적이고 상념적이며 정적인 요소가 잘 표현돼 있다. 그러나 전통적인 소재와 기법으로 화가의 감성과 내면세계를 담아낸 작품이 유통과정을 겪으면서 시장성이라는 결과만이 중시돼 전통미술 존재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이렇듯 전통미술의 홀대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미술시장에서 유통되는 작품이 서양화를 중심으로 편중돼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동양화가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음이다.

신하순 서울대 교수·화가
서양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2500여 년 전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고 했다. 이는 시공을 초월하는 걸작의 보편성을 잘 드러내 보여준다. 예술은 삶의 업적과 유산을 대표하는 말이다. 명언이 진리를 통찰하듯, 좋은 작품은 그 자체로 많은 이에게 영감을 주고 현실을 돌아보게 만든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예술인은 죽음의 공포에도 굴하지 않고 예술혼을 발하며 후대에 길이 기억될 발자취를 남기려 한다.

미술 세계에서는 창작활동을 하는 화가가 분명 그 중심에 있다. 작품은 삶에 대한 의미와 많은 이야기를 내포한다. 나라에는 국민이 가장 소중하듯, 예술세계에는 예술이라는 창작의 가치 있는 작품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국제적 미술행사나 주요 미술관에서 열리는 행사를 들여다보면, 언제부터인지 창작의 주체인 화가들은 힘없이 수동적인 위치에 놓여 있음을 볼 수 있다. 커미셔너의 시각, 예술감독의 역할, 평론가의 비평, 현대미술사조의 영향 등으로 순수 미술 창작자들은 문화의 순기능에 대한 왜곡 현상을 우려한다. 갤러리에서도 화가를 선별하는 기준은 창작의 열정, 창의적 해석, 미술에 대한 작가의 예술혼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대다수 화가들은 미술시장에서 파워를 가진 몇몇 갤러리스트의 개별적인 취향에 의해 휘둘려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할 때 기쁨을 느끼고 즐거움을 누리는가. 순수성을 잃지 않고 진정으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답듯, 예술인을 위해 배려하는 것은 진정 예술을 사랑하는 모습일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동양화를 마치 옛것인 양 치부하는 것이다. 말로는 우리 것이 소중하고 전통을 계승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현실에서는 우리의 것을 무시하거나 가볍게 여기고 그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진정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동양화를 전통미술에 머물게 하고 고집스럽게 지키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알맞으면서 새롭게 해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전통회화인 동양화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걷어내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동양화가 전통미술에서 출발해 다양한 형태의 미술 장르로 발전할 수 있도록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창의적이고 능동적으로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는 자세와 옛것을 익혀 새것을 알면 남의 스승이 될 수 있다고 했듯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신념으로 동양화가 나아갈 길을 열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 것이 소중하다고 외치지만 말고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더 늦기 전에 우리 사회, 특히 문화예술계는 창작자가 열정을 바친 작품을 마음껏 선보일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미술의 기본은 그 민족의 정체성에서 출발한다. 현대미술은 영상·미디어·설치 등 여러 분야로 확장해 왔다. 하지만 현대미술의 확장은 전통미술을 기반으로 한 우리 정서가 내재돼야 함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 미술이 현실생활에 기반을 둔 역사, 전통을 아우르는 넓은 의미의 국민의식을 가꾸는 길을 열어가야 한다. 창작의 주체자들은 그들 스스로 자긍심을 갖고 매진해야 함은 물론이다.

신하순 서울대 교수·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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