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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장신 ‘루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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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7-25 21:26:42 수정 : 2014-07-25 21:2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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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이 산 정상에 올랐을 때 키가 아주 큰 적군이 떡 하니 버티고 서 있었다. 적군이 “그 작은 키로 무얼 할 수 있겠는가. 너는 나를 꺾지 못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나폴레옹이 받아쳤다. “땅에서부터 키를 잰다면 내가 너보다 작지만, 하늘로부터 잰 키는 내가 더 크다.”

나폴레옹는 작은 키에 열등감을 지녔다고 한다. 어디 나폴레옹뿐이랴. 우리나라 아동 10명 가운데 3명꼴로 호르몬 주사 등 성장촉진 치료를 받고 있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2009년엔 한 여대생 방송출연자가 “키 180㎝가 안 되는 남자들은 루저(낙오자)다”라고 말해 난리가 났다.

자존심에 구멍이 생긴 남성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프로그램이 폐지됐음에도 유명 인사들이 패러디 대상이 되는 등 파장은 커져만 갔다. 톰 크루즈는 ‘톰 크 루저’,나폴레옹은 ‘루저 레옹’으로 통했다. 골드 루저(178∼179㎝), 실버 루저(174∼177㎝), 브론즈 루저(170∼173㎝), 루저(170㎝ 미만)로 등급도 세분화됐다.

장신 선호 풍조는 사회생활에서 유리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지만 작은 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장기적으로 인류에 해를 끼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미국의 경영자문가 토머스 사마라스는 저서 ‘키의 진실’에서 키가 클수록 식량과 자원을 더 많이 소비해 생존비용의 증가와 지구 황폐화를 초래한다고 했다.

작은 키의 이점은 적지 않단다. “작을수록 장수하고, 균형감각이 뛰어나며, 지능도 더 높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키 작은 이들이 열등감 극복을 위해 더 독하게 살아간다는 설도 나온 지 오래다. 나폴레옹을 비롯해 덩샤오핑(152.4㎝), 가가린(157.4㎝), 피카소(162.5㎝) 등 ‘작은 거인’들의 삶이 증거라는 것이다. 이른바 ‘나폴레옹 콤플렉스’다.

북한에선 오히려 장신이 차별받는다고 한다. 남자는 180㎝, 여자가 170㎝가 넘으면 혼삿길이 막히기 십상이다. 먹을 것이 부족해 주민들의 키가 작아진 북한에서 장신은 ‘정상인’으로 보이지 않을 성싶다. 180㎝가 넘는 남성은 맞선을 봐도 “어우∼꺽다리, 느끼해∼”소리를 들으며 퇴짜를 당하기 일쑤다. 북한의 장신 ‘루저’들이 남한의 정반대 사정을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짝 찾기 드림을 이루기 위해 대거 탈북하는 사태가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김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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