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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M버스 전철 밟은 수도권 광역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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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7-27 21:41:51 수정 : 2014-07-27 21:4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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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수도권 광역버스 ‘입석 금지’하는데, 어디 가면 취재하기 좋을까?” “어딜 가든 거의 비슷할걸. 출근시간대엔 난리도 아닐 거다.”

김선영 외교안보부 기자
지난 15일 밤 ‘취재 최적지’를 물어온 사회부 기자에게 ‘경기도민’으로서 전해준 메시지다. 아니나 다를까. 광역버스 입석 금지 시행 첫날부터, 경기·인천 주민들은 출퇴근 시간에 큰 불편을 겪었고 정부의 근시안적 정책에 대한 성토가 줄을 이었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에서 서울로 출퇴근할 때 광역급행버스인 M버스를 이용하면서 입석 금지로 인한 불편을 겪어오던 터였다. 버스 번호 앞에 알파벳 ‘M’이 붙어 M버스로 잘 알려진 광역급행버스는 2009년부터 운행하기 시작해 서울과 수도권 주요 도시를 오간다. 버스 앞쪽에 남은 좌석을 표시하는 전광판이 부착돼 있고, 좌석이 없으면 무정차 통과한다. 도입 초기에는 서민을 위한 고급 교통서비스라는 호평을 들었다.

하지만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면서부터, ‘타서는 천국, 기다리는 건 지옥’인 버스가 됐다. 서울의 직장이나 학교를 다니는 주민들로 과부하가 걸려, 출퇴근 시간에 M버스를 바로 타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지 오래다. 다른 대중교통편이 변변찮은 것도 한 원인이다. 아침부터 전광판에 ‘0’이란 숫자를 단 버스가 2∼3대 정류장을 지나쳐 가면, 울화가 치밀뿐더러 진이 빠진다.

기점 정류장으로 승객이 몰리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집 앞 정류장 대신 좌석의 여유가 있는 기점 정류장으로 역이동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기점부터 만차로 출발하게 되고, 다음 정류장에서는 ‘기약없는 기다림’을 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주민 불만이 터져나오고 민원이 잇따르자 지방자치단체와 버스회사는 부랴부랴 출근 시간대에 세 정류장 앞에서 출발시키는 전진배차를 시행하는 등 후속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고작 버스 2대를 전진배차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출퇴근 시간 수요예측을 통한 적정 수준의 차량 배차가 해법이지만, 수익성 문제로 버스회사는 반발하고 지자체도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번 수도권 광역버스 입석 금지로 인한 일련의 사태는 M버스의 전철을 그대로 답습했다. 버스를 증차했다지만 입석 금지로 공급(좌석) 대비 수요(승객)가 넘칠 것이 불보듯 뻔한데도, 정부 당국은 안일했고 시민들만 불편을 겪었다. ‘버스 뒷문을 없애 좌석을 4개 늘리겠다’는 후속 대책은 시민들로부터 ‘뒤늦은 미봉책’이라는 지적을 받으며 공분만 샀다.

광역버스 입석 금지는 세월호 참사 이후 화두로 떠오른 ‘안전 사각지대’를 없애려는 정책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취지라 해도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하고 적절한 대비책을 마련해 놓지 않으면 국민들만 고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이 실험대상이냐”며 강하게 질책했다지만, 그보다 이번 정책으로 불편을 겪은 한 네티즌의 말이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정책 만드는 사람들, 당신들 출퇴근 시간에 광역버스 한 번 타보기나 했어?”

김선영 외교안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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