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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美의 변화 속에서 우리가 갈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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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7-27 21:43:08 수정 : 2014-07-27 21:4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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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경찰’ 역할 美, 인권 아닌 국익 걸린 국제문제만 개입 중
한반도 평화·안정도 같은 처지 될지 몰라, 새 외교전략 필요해
2009년 10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자 모든 사람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취임한 지 8개월밖에 안 된 탓에 세계평화에 기여했다고 볼 만한 업적이 사실상 거의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 스스로 겸연쩍어한 건 당연한 일이다. 당시 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이 주미 노르웨이대사에게 “미국 새 대통령에게 아첨하는 것이냐”고 면박을 줬다고 한다.

박희준 워싱턴 특파원
노벨 평화상을 너무 일찍 받아서일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진짜 평화주의자인 것처럼 보인다. 나쁜 행동은 절대 할 수 없다는 착한 어린이 같다. 이란 핵개발 위협이 커져 이스라엘이 단독으로 공습에 나서겠다고 해도, 시리아 사태에서 금지선으로 천명한 화학무기 사용이 확인됐는데도 그는 끝내 움직이지 않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합병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어지간해서는 미국 눈치조차 보지 않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치열하게 교전하고, 러시아는 말레이시아 항공 여객기 격추 이후에도 우크라이나 반군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부상하는 중국과 주변국 간 영유권 분쟁이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이끄는 ‘세계의 경찰’,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은 무기력하기만 하다.

언론인 리처드 미니터는 저서 ‘리딩 프롬 비하인드’(Leading From Behind)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우유부단하고 변덕스러우며 정치적 고려로 아무것도 못하는 성격이라고 했다. 미니터는 오바마 대통령의 몇 가지 업적마저, 나서지 않는 그를 대신한 여성들의 작품이라고 평했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밸러리 재럿 백악관 수석 보좌관 등이 그들이다.

미국 내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을 질타하는 독설이 쏟아지고 있다. 네오콘의 대명사인 딕 체니 전 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을 “생애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우유부단함의 왕”이라고 조롱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흘간 정치모금 행사에 나섰다. 그리고 산적한 현안을 미룬 채 다음달 무려 16일간 여름휴가를 떠난다.

그렇다고 오바마 대통령 성격만으로 무기력한 미국을 설명할 수는 없다. 근본적으로 미국의 세계관이 바뀌고 있다. 국제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는 개입주의가 아니라 새로운 고립주의로 가고 있다. 세계의 인권과 자유 수호라는 명분보다 국익을 근거로 행동하겠다는 뜻이다. 국가 안보에 직접적 위협이 되지 않는 이상 머나 먼 전장에 자국 젊은이를 더 이상 보내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난 5월28일 웨스트포인트 미육군사관학교에서 밝힌 ‘오바마 독트린’의 내용이 그것이다. 그는“망치를 들었다고 모든 못을 쳐야 하느냐”면서 국제 문제에서 한발 비켜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핵심적인 국익이 걸린 사안은 직접 개입하되 그렇지 않은 국제적 위협에 대해서는 미국 단독이 아니라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신고립주의 또는 제한적 개입주의 전략이다.

요즘 워싱턴 외교가에서 로버트 케이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의 글이 화제다. 미국 내 진보·보수 진영을 가리지 않고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고 한다. 그는 ‘초강대국은 은퇴하지 않는다’(Superpowers Don’t Get to Retire)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미국은 쇠퇴한 게 아니라 국익 개념을 좁혀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고립주의가 아니라 정상화 과정이라고 했다.

미국의 변화는 우리에게 큰 숙제를 안겨 주고 있다. 미국이 언젠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자국 이익으로 여겨주지 않는 상황은 기우일 뿐일까. 북한 문제를 마냥 내버려 둘 수만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런 변화의 흐름을 재빨리 간파하고 공세적인 외교안보 전략을 취하고 있다. 변화하는 환경에 주도적이면서 창의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희준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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