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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중산층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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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7-28 22:45:59 수정 : 2014-07-28 22: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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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언론은 몇해 전 중산층을 ‘소득은 먹고살아가기에 충분하지만 퇴근길에 피자 한판 사거나, 영화·연극을 보거나, 국제전화를 걸기 위해 돈을 쓸 때 아무 생각없이 쓸 수 있는 사람’으로 묘사했다. 여유가 있지만 경제적인 여건을 봐가면서, 그렇다고 흥청망청 돈을 쓰지는 않는 사람이라고 그린 듯하다.

고소득층, 중산층, 저소득층. 소득으로 계층을 구분짓는 다양한 기준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주관적인 판단을 잣대로 삼기도 한다. 일정액의 소득을 갖고 문화생활을 즐겨야 중산층에 들 수 있다고 보는가 하면, 현재 소득은 미치지 못해도 지금 기준으로 다가올 미래가 밝다면 중산층에 편입시키는 잣대도 있다.

심리적 요인이 작용한다지만 내 위치가 어디쯤인지 아는 것은 중요하다. 국내 한 연구원이 최근 전국 성인남녀 817명을 조사 대상으로 한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중산층은 월평균 515만원의 소득에 35평 규모의 주택을 소유하고, 주택은 3억7000만원이며, 이를 포함한 순재산이 6억6000만원이 돼야 한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월수입 가운데 341만원을 아파트 관리비, 사교육비 등 생활비로 지출해야 하고 한 달에 4차례 외식을 하되, 한 차례에 12만3000원 선에서 외식비를 쓸 정도의 상태를 중산층이라고 답했다.

중산층은 흔히 나라 경제의 버팀목이라고 한다. 그 나라 경제의 중심축인 생산과 소비를 떠받치며 계층 간 완충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그제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행한 ‘예산 춘추’에 따르면 중산층이 고소득층으로 이동하기보다는 저소득층으로의 추락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1990년대 초반 76%를 오가던 중산층 비중은 이제는 67.7%까지 줄어들었다고 한다.

외환위기 때만 해도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가구 70∼80%가 스스로 중산층이라 여긴 것과 비교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집값, 사교육비에다 고용불안, 노후불안까지 겹쳐 중산층으로서 삶의 질이나 여유를 갖지 못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증거다. 미국과 ‘중산층 강국’이라 불리는 일본도 비슷한 추세다.

중산층이 위기를 맞은 셈이다. 이러다가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각종 사전에서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중산층이 붕괴한 사회는 결코 안정된 사회라고 할 수 없다. 누구라 할 것 없이 인간은 오늘보다는 내일 더 나은 삶을 살기를 기대한다. 인간에겐 내일이 곧 희망인 것이다. 그러면 나는 중산층일까?

옥영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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