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악장으로 관객과 친숙한 루세프가 올해 처음으로 대관령국제음악제에 참여했다. 대관령 푸른 산 속에서 공연 직전 만난 루세프는 “콘서트홀이 훌륭하고 주변 지역이 ‘정말 정말 정말’ 아름답다”고 말했다.
“관객이 아주 따뜻하게 맞아줬어요. 이틀 전 브람스 연주 후에는 다들 기립박수를 해주셨어요. 한국 관객은 마음이 굉장히 따뜻한 것 같아요. 휘파람을 불고 열렬히 박수 쳐줘서 늘 기분이 좋습니다. 서울과 다른 점이라면, 이곳 관객이 좀 더 프로그램에 집중하는 것 같아요.”
루세프는 25일부터 음악제에 참여해 내달 3일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마스터클래스에서 학생들과도 만난다. 연주곡으로는 르클레르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5번’, 브람스 피아노 사중주 3번과 클라리넷 오중주, 베토벤 피아노 삼중주 ‘대공’, 멘델스존 팔중주까지 방대한 곡을 소화한다.
그는 “모든 곡이 다 까다롭다”며 “차이콥스키가 기술적으로 어렵지만 음악적으로는 베토벤이 차이콥스키보다 어렵다”고 말했다.
루세프는 2005년부터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악장, 2007년부터 서울시향 악장을 맡으며 양국을 오가고 있다. 보통 제1바이올린 수석이 담당하는 악장은 지휘자와 단원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
루세프는 “관객은 악장이 늦게 나와서 박수 받고, 공연 후 지휘자와 악수하는 모습 정도만 보지만 악장의 진정한 역할은 지휘자의 의도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악장은 지휘자를 이해하고 단원에게 통역해야 해요. 또 가끔 지휘자가 현악기에 대해 잘 모를 수 있는데, 이를 알아듣고 해석해서 단원들에게 전달하죠. 오케스트라에서 인간적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 심리학자처럼 해결하기도 해요. 흥미로운 위치죠.”
스베틀린 루세프는 내달 말 서울시향의 유럽 투어에 대해 “우리의 최고 실력을 보여드리는 게 목표”라며 “그간 자주 연주한 곡들을 공연하는 만큼 남은 몇 주간 더욱 세밀하게 다듬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관령국제음악제 제공 |
“두 악단은 전통, 기능, 운영 면에서 차이가 있고, 특히 라디오프랑스필에는 노조도 있지만, 제 역할은 어디에 있든 좋은 음악을 만드는 거죠. 서울시향은 지금 메이저 악단이 되기 위한 과정에 있어서 다들 열심히 노력해요. 서울시향이 흥미로운 점은 아직 자기 색을 찾는 과정에 있다는 거예요. 이 여정이 재미있습니다.”
루세프가 정명훈 예술감독과 함께 한 세월도 9년에 이른다. 그는 정 예술감독에 대해 “위대한 지휘자 중 한 명”이라며 “드물게도 음악에 대한 지식과 이를 기술적으로 보여주는 능력을 함께 갖춘 지휘자”라고 평가했다. 정 예술감독이 서울시향에 제시한 목표는 ‘각 음악에 특화된 악단보다 더 좋은 연주를 보여주는 것’.
“베토벤, 말러를 독일 악단보다 더 잘하고, 드뷔시, 라벨을 프랑스 악단보다 더 잘하는 게 서울시향의 목표예요. 정말 어려운 미션이에요. 클래식 음악에는 한계가 없어요. ‘지나치게 좋다’는 단계는 있을 수가 없어요. 항상 더 잘해야 해요. 끝이 없는 길이죠.”
그는 서울과 파리를 바쁘게 오가는 생활에 대해 “음악인은 바흐만 연주하거나 실내악만 고집하는 식으로 하나만 할 수 없다”며 “저도 오케스트라뿐 아니라 실내악·솔로 연주자로도 활동해서 비행기를 많이 타는데 지금까지는 잘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향에 오는 건 특별한 경험이에요.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죠. 제 선택이고 지금은 활동하는 데 힘든 점은 없어요. 언제까지 할지는 아직 몰라요. 제게 요청이 오는 한 오래 서울시향과 함께 하고 싶어요.”
평창=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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