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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근원이 소리라면 미술 근원은 시각적 경험”

입력 : 2014-07-29 20:50:38 수정 : 2014-07-29 20:5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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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아트 설치’展 갖는 심영철 작가 돌을 쪼거나 쇠를 다루는 조각가의 이미지는 무겁기 마련이다. 무거운 재료들을 다루다 보니 여성보다는 남성들에게 적합한 장르라는 선입견을 갖기 쉽다. 남자 이름을 가진 여성 작가 심영철(수원대 교수)도 그런 시각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나무로 여인네 빗을 형상화하면서 새로운 자각에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덩어리의 개념에 매몰됐던 조각의 세계에서 비로소 벗어날 수 있었어요.”

‘빗의 단계적 표상’. 덩어리 조각에서 작가를 해방해 준 작품이다.
그는 오래전 옛 여인들이 빗질을 하면서 외로움과 쓸쓸함을 달랬을 거라고 생각했다. 때론 곤두박질치고 엉망으로 휘둘려도 빗살의 가지런한 형태를 바라보며 마음의 결을 정돈했으리라는 추측이다. 여인에게 빗질은 스스로를 다독이고 다잡으려는 의지가 깃들어 있다는 얘기다.

호기심 많았던 미국유학 시절 그는 작곡가이면서 전위예술가였던 존 케이지에 매료됐다. 연주하겠다고 사람들을 불러모아 놓고 기대에 찬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들려주지 않았다는 얘기에 ‘정신적 스토커’가 되어갔다.

‘시크릿 가든’. 작가는 보석 원석으로 꽃을 만들어 스스로를 위로한다.
“화음 일색의 서양 음악에서 의식하지 못했던 ‘소리’라는 마티에르의 근원을 부각하고, 실천을 통해 그 존재가치를 재현하려 했던 그의 몸짓에 경외감이 들었어요. 아마 존 케이지를 옆에서 지켜본 백남준 선생은 미술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을 자연스레 할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그의 이 같은 관심은 자연스럽게 첨단 테크놀로지 같은 자극적인 소재, 새로운 재료들에 관심을 쏟게 만들었다.

“예술과 테크놀로지의 융합을 시도하여 ‘혼돈’이라는 화두를 던져주고 싶었어요. 첨단 과학을 통해 현란함을 부각시키고 싶었고, 그것들이 매 순간 우연의 과정을 거치면서 같은 듯하지만 늘 다른 모습으로 보여지길 기대했지요. 음악에서 ‘소리’가 근원이 된다면 미술에선 시신경을 통해 전달되는 경험이 근원이라고 생각해요.”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구를 사용해 만든 작품 뒤에 선 심영철 작가. 그는 “수백개의 구에 투영되는 나와 너의 모습, 그리고 천장과 바닥에 반사되어 다시금 무한 복제된 우리의 모습을 통해 보이지만 존재하지 않고, 존재하는 듯하지만 보이기만 하는 가상과 현실, 그리고 한 층 더 나아간 우주의 매트릭스 구조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전시장을 시각적 경험들을 꽉 채워 정원처럼 꾸미는 이유다. 정원은 꽃과 버섯으로 가득 하다. 수줍지만 화려하고 싶은 여성상은 꽃으로, 남성적 힘에 대한 동경은 버섯으로 표출되었다.

그의 작업은 요즘 자신의 내면으로 달려가고 있다. 자수정, 옥, 호박 등의 원석과 절제된 색채를 사용해 자신만의 비밀 정원을 가꾸고 있다. 하나하나의 ‘보석 꽃’들은 군집되어 있지만 홀로 서 있다. 부서질 듯하지만 강하다. 화려한 조명 없이도 아름답다. “개개인의 약함 속에서 강함을 찾고 싶었어요. 단조로워 보여도 ‘’나는 아름답다’ 라는 메시지를 통해 아픈 곳을 어루만져주는 치유의 정원을 만들고 싶었지요.”

그에게 예술은 시각적 경험의 총체다. ‘정원’을 통해 보이지 않아 담을 수 없는 요정들의 놀이터까지 마련해 주는 듯하다. 8월22일까지 제주현대미술관에서 ‘미디어아트 설치’ 특별전을 갖는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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