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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식량안보 경보음’ 대처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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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7-29 21:37:03 수정 : 2014-07-29 21:3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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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농업투자는 장기적 플랜
국민·정치권의 인내·이해 필요
영국 이코노미스트 그룹 산하 경제정보원이 발표한 ‘2014년도 세계식량안보지수’를 보면 한국의 식량안보 상황이 악화됐다. 이참에 한국의 식량안보 인식을 생각해 본다. 식량안보는 무엇보다 경지와 직결돼 있다. 한국 국민 1인당 경지면적은 약 380㎡ 정도로 일본과 유사하고 도시국가 싱가포르보다는 크다. 세계 최하위에 속한다. 현재 소비수준의 축산물 자급을 위해서도 약 190만ha 정도의 경지가 필요하다. 이는 현재 경지면적 약 170만ha를 훨씬 넘어선다. 열악한 경지상황을 보여준다.

이처럼 취약한 조건의 한국에 늘 식량안보 경보음이 울리고 있다. 다만 경보음이 간헐적으로 들린다는 데 문제가 있다. 국제곡물가격이 불안정해지면 온 나라를 요동케 하다가도 조금만 안정되면 묻히고 만다. 식량안보를 대비하는 한국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식량안보 체계 확립은 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축적이 요구되는 장기·지속적 사업이다. 이것을 국민과 정치권이 이해하지 않으면 식량안보 체계 구축은 힘들다.

식량안보의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물론 국내 자급달성이다. 그러나 한국은 자원 제약상 가능하지 않다. 국내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 하더라도 식량의 상당부분은 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박근혜정부도 140대 국정과제에 ‘안정적 식량수급체계 구축’을 포함하고, 추진전략으로 ‘해외곡물유통망 활용’과 ‘해외농업개발투자 촉진’을 채택했다. 역시 국민과 정치권의 이해 없이는 실현되기 어려운 전략이다.

우선 해외곡물유통망 활용 전략을 보자. 이는 이명박정부에서 실제로 실행된 적이 있다. 2011년 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일부 민간 기업이 컨소시엄 형태로 미국에 법인을 설립하고 국제곡물유통회사로의 정착을 목표로 출발했으나 현재 사실상 후퇴하고 말았다. 국제곡물시장으로의 진입이 간단치 않은 사업이라는 것은 일본 농협의 반세기에 걸친 미국 곡물유통 시장 진출 역사가 말해 준다. 장기간 곡물시장 불황기에 적자를 경험하면서도 오늘날 세계적 곡물유통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궁극적 필요성을 인식하고 인내와 이해를 보여준 일본 국민과 정치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일정의 학습 기간과 그에 수반되는 비용을 인정받지 못하고 단기 성과를 좇다가 비판과 함께 3년 만에 후퇴하고 말았다. 장기간에 걸쳐 곡물시장 경기 순환을 경험하며 곡물유통 관련 자산을 확보해야 할 결정적 시점을 포착해야 하는데 그런 시간을 허용할 여건이 한국 내에는 아직 형성되지 못한 것 같다. 이런 상황이라면 해외 시장을 활용한 식량안보 논의는 무의미할 수 있다.

김한호 서울대 교수·농경제학
해외농업개발투자 촉진도 유사한 과정을 겪고 있다. 해외 영농을 원하는 민간 기업에 식량 자주율 제고를 기대하며 정부는 해외농업환경 사전조사비와 투자자금 일부를 보조나 융자해준다. 현재 약 125개 업체가 25개국에 진출해 있다. 이들이 작년에 확보한 곡물은 28만t으로 단기 목표치의 5%에 불과하다. 실적 저조로 이 사업 역시 비판 대상이 되고 있다. 그래도 비판보다는 이유를 먼저 파악해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진출지역이 기반시설이 부족한 후진국이다. 당연히 대규모 영농 정착에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진출국 정부의 불확실성은 기업 혼자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해외농업투자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 중동 국가 등 많은 식량 수입국도 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유사한 입장에 처한 이들 국가와 연대해 기업투자의 안정성 보장을 위해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국제기구의 개입을 주창해 볼 수 있다. 또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진출국의 농업부문 발전을 협력함으로써 민간 기업을 간접 지원할 수도 있다. 이처럼 정부와 민간이 함께 노력하고 국민과 정치권이 장기·지속적 사업임을 인식할 때 국내는 물론 국외 농업을 활용한 한국식량안보 체계는 구축돼 갈 것이다.

김한호 서울대 교수·농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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