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승객이 소방호스 내려줘 탈출…해경 도움 못받아"

관련이슈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입력 : 2014-07-29 17:48:51 수정 : 2014-07-29 23:36:1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자리지키라는 방송만 없었어도 많은 친구들 복도로 나왔을 것”
“구명조끼 챙기던 지영언니 굴러 떨어진 뒤 다시 못봐”
29일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세월호 재판이 열린 수원지법 안산지원 401호 법정. 단원고 학생 16명이 이틀째 법정에 나와 세월호 침몰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을 증언했다.

이날 증언대에 선 안산 단원고 A양은 증언하다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였다. A양은 “복도 건너편에 있던 친구랑 눈이 마주쳤는데, 그 친구는 결국 나오지 못했어요”라며 눈시울을 적셨다. A양은 4층 선미에서 헬기 소리가 나는 우현 쪽으로 향했다. 그때 복도로 나오다가 이 친구와 마주쳤다. 하지만 A양은 헬기로 구조된 후 배가 바닷물에 잠기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었다고 했다.

A양은 그 후로 100일간 그 ‘마지막 장면’을 잊지 못하고 있다. A양은 그 친구 손이라도 잡고 나오지 못한 데 대한 자책감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A양은 “어른들이 침몰 상황을 일찍 알려줬다면 그 친구도 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단원고 생존 학생 대부분이 A양처럼 친구들과 함께 나오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B양은 선실에 물이 차오르자 같은 방에 있던 친구들과 함께 복도로 나올 때 “옆방 친구들은 그냥 그대로 있었다”고 했다. 선실에 있던 짐들이 떨어지면서 문을 막아 나오지 못한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B군은 사고 이후 악몽이 되살아나 샤워를 선뜻 하지 못한다. B군은 “사고 후 샤워를 하려고 물을 틀었는데 숨이 턱 막히면서 당시 화장실에 갇혀 있던 여자친구가 나오지 못한 게 떠올랐다”고 울음을 참지 못했다.

가까스로 탈출한 C양도 정신적으로 힘든 적이 없느냐는 검찰 물음에 “잘 때 가위에 눌리거나 깬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단원고 학생들은 세월호 침몰 당시 해경이나 선원 도움 없이 승객들이 서로 구조를 도왔다고 증언했다. 친구들과 승객들이 소방호스를 건네주거나 손을 잡는 방법으로 갑판이나 헬기장까지 이동했다는 것이다. 또 남학생들이 선실을 돌아다니면서 여학생들에게 구명동의를 건네주고 입혀준 것으로 확인됐다.

D양은 4층 선미 선실에서 헬기가 있는 우현 갑판까지 배가 너무 기울어 혼자 갈 수 없었다고 했다. D양은 “승객 아저씨가 소방호스를 건네주고, 또 다른 승객이 기둥에 호스를 연결해 줬다”며 “아저씨들이 자신의 소방호스를 당겨줘서 벽을 타고 구조됐다”고 말했다.

E양도 탈출할 때 해경이 아닌 승객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4층 선미 복도에 머물렀던 E양은 물이 찬 데다 배가 기울어 갑판까지 올라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발을 동동 구르는 E양에게 누군가 소방호스를 내려줬다. E양은 “소방호스로 허리를 감았는데 어떤 승객이 호스를 갑판까지 끌어올려줬다”고 했다.

이날 증언 학생들은 수학여행을 떠난 친구들이 왜 학교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느냐며 재판부에 되물어 한때 분위기가 숙연해지기도 했다. 세월호 선원들에 대한 처벌도 호소했다. F군은 “친구들은 수학여행 가다가 사고 난 게 아니라 사고 후 대처가 잘못돼 사망했다”며 “선원들에게 강력한 처벌을 해달라”고 했다.

단원고 학생들은 끝까지 대피 안내방송을 했던 승무원 박지영씨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했다. F양은 “선원 전용통로에서 나온 박지영 언니가 구명조끼 입으라고 했다”며 “중앙 홀로 나온 지영 언니는 좌현 쪽으로 굴러떨어졌지만 가만히 있으라고 해 보고만 있었다”고 했다. 박씨는 배가 침몰하기 시작하자 승객들에게 구명조끼 착용과 대피 안내방송을 계속하다 4층의 학생들에게 왔던 것으로 보인다. F양은 손에 무전기를 든 지영 언니를 그 후로 볼 수 없었다고 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