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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물지않은 日 위안부 상처… 잊혀지는 세태에 경종

입력 : 2014-07-30 20:39:58 수정 : 2014-07-30 20:3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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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꽃신’ 과거의 잘못에 대해 사과를 받으려면 반드시 그 사건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실상이 제 아무리 아프고, 제 아무리 외면하고 싶어도 그 내용을 속속들이 기억해야만 가해자에게 ‘사과하라’고 당당히 요구할 수 있다. 이는 슬픈 역사의 장면들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한국의 역사에 얼룩덜룩 남아 있는 사과받지 못한 역사적 과오에 대해 정면으로 응시해야만 하는 것.

뮤지컬 ‘꽃신’(사진)은 잊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다. 작품의 소재는 벌써 반세기가 훌쩍 넘어버린 일본 위안부 문제. 하지만 여전히 일본의 사과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피해 할머님들은 한 분씩 세상을 떠나고 있다. 이렇게 조금씩 잊혀져 가는 아픈 역사를 ‘각인’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인 것.

작품의 배경은 1944년 일제 강점기 말. 시골마을의 순박한 처녀 순옥은 건실하고 착한 마을 청년 윤재와 사랑에 빠진다. 평생을 가죽신을 만들며 순옥을 키워온 춘배는 손수 꽃신을 만들어 두 사람을 축복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혼례식 날 일본군이 들이닥치고 이들에 의해 윤재는 전쟁터로 강제징용되고, 순옥은 마을의 처녀들과 함께 위안부로 끌려간다. 이렇게 생이별한 순옥과 윤재. 두 사람은 전쟁과 일본의 만행이 만들어낸 상처 속에서 서로를 그리면서도 만나지 못하는 아픈 인생을 살아간다.

작품은 위안부로 살아왔던 할머니들의 애환과 고통뿐 아니라 해방 후에도 이어지는 그들의 고뇌와 가족의 슬픔까지 담담히 표현한다. 특별한 극적 과장 등도 동원하지 않는다. 극에 표현된 우리 민족의 아픈 과거 자체가 엄청난 슬픔을 담고 있기 때문. 그 시절 어디엔가 있을 법한 동네 처녀의 순박한 사랑 이야기가 전쟁이 만들어낸 만행에 의해 엄청난 비극으로 변해가는 모습 자체가 충격으로 다가올 뿐이다. ‘꽃신’은 일본의 만행에 괴로워하는 일본군 장교와 병사들의 모습 또한 놓치지 않고 보여줌으로써 전쟁에 희생된 평범한 일본인들 역시 또 다른 피해자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이는 과거의 과오를 잊고 또다시 전쟁국가를 향해 가는 일본의 모습과 오버랩되며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배우와 스태프들이 재능 기부로 참여해 화제가 된 작품.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등을 통해 여전한 스타파워를 보여주는 서범석을 비롯해 강효성, 정찬우, 김진태 등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한국 뮤지컬계의 거목인 윤복희는 일본 제국주의가 만들어낸 만행에 괴로워하는 일본군 여군장교 하루코를 통해 여전한 노래 실력과 안정된 연기를 보여준다. 8월17일까지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공연된다. 5만5000원∼9만9000원. (070) 7745-3337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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