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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기업 경품행사는 ‘짜고 치는 고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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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7-30 19:13:39 수정 : 2014-07-30 22: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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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평소 개인적인 친분으로 친하게 지내던 한 기업의 대표가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고객 유치 차원에서 경품 행사를 하는데 1등이 6박7일 해외여행이다. 응모하고, 같이 여행이나 다녀오자”고 말했다. 순간 기자는 귀를 의심했다. 콩당콩당 뛰는 가슴을 잡고 “정말 1등에 당첨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바로 돌아온 답변은 “내가 대표인데 할 일 없어 농담하겠느냐”고 되레 목소리를 높였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그리고 3일 뒤, 그 대표에게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대뜸 “응모했느냐”고 물었다. 기자는 “1등이 확실하냐”고 거듭 확인했다. 돌아온 대답은 “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안심시켰다. 결국, 응모를 하지 않았지만 기업 경품 행사의 ‘비밀’을 알게 됐다.

홈플러스 경품 행사에서 당첨자 조작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시끄럽다. 경품 비리는 잘 드러나지 않았을 뿐 오래전부터 소문은 무성했다. 기자가 경험했듯 홈플러스 말고도 광범위하게 경품을 둘러싼 비리가 퍼졌을 개연성이 있다.

이번 홈플러스 경품 조작은 회사 차원이 아니라 직원 개인의 비리로 확인됐다. 일개 직원이 이 정도면 회사 고위층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경품 당첨 조작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기업 경품 관련 이벤트 대행 회사를 운영하는 한 지인은 “세상에 마음만 먹으면 못하는 게 없다”며 경품 비리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경기 침체로 닫힌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는 경품만큼 효과적인 마케팅이 없다. 이 때문에 내수 기업들을 중심으로 경품 마케팅은 봇물을 이룬다. 아파트, 오피스텔, 자동차 등 수억원대의 고가 경품들은 소비자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이벤트 회사에 맡기지 않고 기업에서 직접 당첨자를 뽑는 경우도 많고 심지어 일부 기업들은 말로만 경품 행사를 하고 1등 당첨자를 발표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소비자 입장에선 기업의 악덕 상혼에 놀아난 셈이다.

그동안 경품으로 ‘장난질’을 한 기업들은 홈플러스 사건의 불똥이 튈까 지금 속앓이를 하고 있을 것이다. 철저한 홈플러스 수사를 통해 비리를 명확히 밝히고, 다시는 경품 조작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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