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독자신당 창당 계획을 철회하고 민주당과의 통합신당 창당 발표 당시 그는 “철수 정치”라는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당내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10%대 초반에 불과했던 당 지지율을 단숨에 20% 중반대로 올려 놓았기 때문이다. 측근인 송호창 의원은 안 전 대표가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에 들어갔다”고 표현했다. 독자 창당을 포기하는 대신 더 큰 그릇에서 2017년 대권도전의 기틀을 닦겠다는 뜻이었다. 합당에는 자금·인물난 등 현실적 한계도 작용했다.
이런 희망과 달리 안 전 대표는 지난 4개월 동안 끊임없이 잡음에 시달렸다. 합당 명분이었던 기초선거 무공천 결정이 번복되고 기초연금법 통과 과정에서는 당내 강경파의 표적이 됐다. 또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 전략공천을 관철한 6·4 지방선거와 이번 재보선까지 두 번의 선거에서 공천 때마다 시달렸다. 이 때문에 “합당이 (대선주자로서) 안 대표에게는 마이너스가 더 컸다”는 얘기가 나온다. 합당 전 신당 핵심이었던 윤여준 전 의장은 당시 “(민주당 안에서는) 당신 인생에서 겪어보지 못한 일을 겪을 것”이라며 합당을 말렸지만 결심을 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식 전 의원, 이태규 사무부총장 등 대선 가도에서 참모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도 대부분 그를 떠났다. 한 측근은 “인간적인 신뢰를 너무 많이 잃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본인이 내세우는 ‘새정치’의 명확한 그림이 없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물론 “이번 선거는 안 대표가 아니었어도 졌을 선거”라며 “안 대표는 본인의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는 옹호론도 없지 않다. 안 전 대표는 대표 취임 100일 간담회에서 “선거가 끝난 뒤 정당개혁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선거만 치르다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안 의원과 단둘이 만난 자리에서 “나 혼자 그만두겠다”며 안 의원의 사퇴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안 의원은 “내가 모두 책임지겠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평당원으로 돌아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만큼 안 전 대표는 당분간 평당원과 지역구 의원의 역할에만 충실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17년 대선까지는 당 개편 등 안 전 대표 거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부 변수가 많다. “현실적인 세력이 없으니 유일한 정치적 기반인 대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변 조언에 따라 청년 멘토 역할 등 본인의 주력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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