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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닭될 판···첫 폭염경보 서울 '이글이글'

입력 : 2014-08-01 15:47:32 수정 : 2014-08-01 20:4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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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 35도 육박…빙수 동나고 수영장 인산인해, 노점상만 한숨
"점심으로 찜닭을 먹으러 나왔는데 제가 찜닭이 될 판이에요."

서울에 올해 들어 첫 폭염경보가 내려진 1일 오후.

여의도 국회 앞에서 만난 대학원생 김병준(26)씨는 땀을 뻘뻘 흘리며 에어컨이 나오는 인근 식당 건물로 바삐 걸음을 옮겼다.

낮 최고기온이 35도에 육박한 서울은 아스팔트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정도로 뜨거워 펄펄 끓는 '가마솥'을 연상케 했다.

시민들은 저마다 손에 양산과 찬 음료, 부채를 들고서 더위를 식히기에 바빴지만 역부족인 듯했다.

광화문 빌딩 숲을 지나던 회사원 황소영(29·여)씨는 "점심을 먹고 원래 차까지 마시고 들어가는데 오늘은 너무 더워 밥만 먹고 빨리 회사로 돌아가는 길"이라며 "아이스 커피를 사서 시원한 회사에서 휴식을 취해야겠다"고 말했다.

역삼동에서 일하는 회사원 이연지(28·여)씨는 "원래 사무실에만 있는 게 지겨워서 점심때는 꼭 밖에 나가서 식사했는데 오늘은 너무 더워서 나갈 생각이 안 든다"며 "회사만 나가면 찜통이니 그저 안에만 있고 싶다"고 했다.

뜨거운 햇살이 피할 곳도 없이 내리쬐는 탓에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유가족 단식 농성장에는 이날 천막 위로 검은색 차광망이 설치됐다.

팔 토시와 밀짚모자를 쓴 채 땀을 흘리며 농성장 현수막을 꾸미던 한 시민은 "특별법 제정을 위해 싸우는 유가족들을 생각하면 이 폭염도 참을 만하다"며 묵묵히 일에 집중했다.

숨이 턱 막히는 아스팔트 위에서 불볕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받아야 하는 거리의 노점상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광진구 구의역 앞에서 양말과 스타킹 등을 파는 김모(72) 할머니는 "아침부터 나와 있었지만 더워서 거리에 사람도 없고 온종일 아무것도 못 팔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 와플, 호떡 등을 팔던 간이 행상도 더위 탓인지 이날은 아예 문을 열지 않았다.

서울 한복판에서 그나마 더위를 식힐 수 있는 곳은 평일 대낮인데도 인파로 붐볐다.

여의도 한강 수영장은 말 그대로 '물 반, 사람 반'이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뿐 아니라 아예 텐트를 치고서 태닝을 하는 성인 남녀의 모습도 보였다.

수영장 관계자는 "오후 1시 기준으로 2천여명이 온 것으로 집계됐다"며 "평소보다 수백명은 더 많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청계천 모전교 아래는 물가에 앉아 발을 담그고 더위를 쫓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몇몇 어린이들은 청계천 안에 들어가 가벼운 물장난을 하기도 했다.

청계천에서 7살짜리 딸과 발을 담그고 있던 이은수(34·여)씨는 "집에서는 더워서 도저히 못 있겠어서 피서 삼아 밖에 나왔다"며 "남편이 휴가를 받지 못해서 멀리 놀러 가지 못하는데, 여기 와서 발이라도 담그고 있으니 더위가 좀 가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인 관광객 제시카(26·여)씨는 "한국이 이렇게 더운 나라인 줄 몰랐다"면서 "오전에 경복궁, 인사동에 갔다가 너무 더워서 물가로 왔는데 지쳐서 당장은 더 돌아다니지 못할 것 같다"며 손사래를 쳤다.

광화문 광장은 바닥 분수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의 신나는 함성 소리로 가득찼다.

부모들은 인근에 설치된 차양막에 삼삼오오 모여 더위를 쫓는 아이들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급한 대로 냉방이 잘 되는 카페로 '피신'한 시민들도 많았다.

마포구의 한 팥빙수 카페는 오후 2시가 채 안 돼 재료가 동이 났다.

직원 김형진(20)씨는 "날씨가 더워서인지 오전 11시 전부터 인근 사무실에서 팥빙수 주문이 쇄도했다"며 "하루에 보통 200인분 정도 재료만 준비해놓는데 오늘은 벌써 다 팔렸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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