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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졸속’ 재난통신망 사업, 이런 식으로 밀어붙일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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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8-01 21:58:00 수정 : 2014-08-01 22: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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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그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어 국가재난안전통신망 사업을 롱텀에볼루션(LTE) 자가망(전용망) 방식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이동통신사들이 이미 구축한 상용망 대신 거액의 예산을 들여 망을 새로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재난통신망 사업은 군·경찰·소방·지자체가 각각 쓰는 무선통신망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다. 수조원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그러나 재난통신망 사업의 추진 방식과 결정 과정에 문제가 적잖다. 예산을 낭비하는 중복투자가 가장 먼저 손꼽아야 할 문제다. 이동통신 3사는 세계 최고 수준의 거미줄 통신망을 전국 곳곳에 구축해놓고 있다. 특히 이동통신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한다. 이동통신사들은 기술 진보를 따라잡기 위해 매년 수조원을 투자한다. 이런 물음을 던지게 된다. 초기 투자비용이야 그렇다치고 기술진보에 따라 매년 투자해야 할 돈은 있는가. 정부는 지금도 빚을 내 나라 살림을 꾸려가고 있지 않는가.

새로 구축하는 재난통신망은 자칫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해 혈세를 축내는 애물단지로 변할 수 있다. 정부는 공개토론회에서 사업비용으로 2조2000억원을 제시했다. 통신기술 진화에 따라 추가 발생하는 2차, 3차 투자비용은 계산에 넣은 것인지 의심스럽다. 전문가들은 “억지로 꿰맞춘 숫자”라고 한다.

정밀한 사전검토 없이 시간에 쫓겨 대형 국책사업을 주먹구구식으로 결정하면 안 된다. 재난통신망 사업은 2003년 대구지하철 폭발사고가 일어난 뒤 논의됐지만 예산 문제로 두 번씩이나 보류됐다. 감사원 감사와 예비타당성 조사, 국회 논의과정에서 모두 타당성과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럼에도 정밀한 논의도 없이 또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 후 5월27일 조기추진 방침을 밝힌 뒤 불과 두 달 만에 사업 방침을 확정했다. 누가 봐도 납득하기가 힘들다. ‘또 하나의 의혹’ 논란을 부를 소지가 크다. 대형 사업을 벌여 밥그릇을 챙긴다는 쓸데없는 의혹을 불러서야 곤란하지 않겠는가.

재난통신망 구축은 이런 식으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해치울 일이 아니다.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혈세를 낭비하지 않는 효과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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