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구현 시장 환경 조성을 7·30 재보선이 여당의 압승으로 끝나며 국정운영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당분간 주가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 선거 결과는 세월호사건으로 불거진 국가개조사업과 경제살리기를 제대로 하라는 국민의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세월호사고 이후 두 차례의 선거와 검찰조사, 국정조사, 감사원 감사 등을 거치며 사태를 수습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정치권이 보여준 태도를 보면 정치권이 떠드는 개혁과 혁신이 이번에도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경제학 |
새 경제팀이 재보선에서 나타난 경제살리기 민심에 부응해 위축된 경제심리를 먼저 살리려면 역설적으로 정책 효과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에 냉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이 화답을 하고 있다고 하나 세월호사고 이후 국민 대다수는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아직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혼란이 지속되는 이유 중 하나는 일관성 없는 정책을 펼치는 정부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내수부진으로 경제가 이렇게 가라앉기까지 그동안 부응하지 못했는데 새 경제팀인들 뾰족한 수가 있겠는가 하는 국민의 의구심을 해소해야 한다. 새 경제팀의 41조원의 경기부양책은 시의적절하고 방향도 옳지만 저성장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근본대책은 아니다. 한국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지난한 과제인 서비스산업 활성화, 부동산시장 회생, 가계부채 축소, 일자리 창출, 공공기관 정상화, 규제개혁 등 어느 것 하나 시원스럽게 해결해나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정말 반면교사로 삼는다면 단기 경기부양책에 병행해 경제구조 개혁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내놓고 밀고 나가야 한다.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정부가 다 해나가겠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다. 우리 경제가 지금 저성장의 함정에 빠져 갈 길을 잃은 상황인데 정부가 민간을 대신해 길을 만들어 주겠다고 나서선 안 된다는 이야기다. 오랜 정치철학 이론들은 국가가 국민의 복지 향상을 위해 전력을 다한다고 가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이 느끼는 현실은 다른 경우가 많다. 최근 한국경제가 당면한 현실만 봐도 그렇다. 외환위기 이후 경제개혁이 정부 주도하에 추진됐지만 경제는 점점 나락으로 빠져들고 소득격차는 더 증대되고 일자리 수준도 외환위기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구조적 문제라고 치부하기엔 정부의 정책 실패가 크다. 우리가 세계에 내세우는 성공사례인 개발연대에도 정부가 나서서 수출 촉진 정책을 만들어 나갔지만 이에 대한 성공과 실패는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거둔 실적으로 평가를 받았다.
새 경제팀은 정권을 잡을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창조경제 구현에 더 고심해야 한다. 그리고 창조와 혁신 과정에서 일어나는 불확실성 문제를 책임지는 것은 결국 기업가정신이란 것을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막대한 권력을 휘두르고 혈세를 쓰는 재정지출을 해가면서 이제껏 실행해 실패한 사업과 정책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졌는지 묻고 싶다. 백약을 처방해도 꿈쩍 않는 내수시장을 살리려면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기업가정신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시장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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