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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진의청심청담] 한국 야당, 보수에 빠져든 이름만의 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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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8-11 22:32:55 수정 : 2014-08-11 22:3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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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적 위기 속에서 되레 방해만
대국적 견지서 국가 장래 논의를
오늘날 한국 정치권에서는 ‘민주주의’라는 말만 하면 일단 무사통과이다. 민주주의라는 말에는 아무도 이의제기를 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라는 말은 껍데기뿐인 경우가 많다. 약삭빠른 정치인들은 민주주의를 약방의 감초처럼 팔아먹는다. 정치인들이 자신의 뜻을 펴고 싶은데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혹은 아전인수로 해석하고 싶으면 ‘국민의 뜻’이라고 주장하고 본다. 국민의 뜻은 도대체 종잡을 수 없다. 결국 자기의 사리사욕이나 당파적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국민의 뜻이다. 정치도 포장의 시대이다.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 선거의 승부가 결정되기도 한다. 이미지 정치과 함께 광고 선전이 선거전략의 총아로 등장한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이 국회의원 재·보권설거에서의 참패로 공동대표가 사퇴하는 등 자중지란에 빠져들었고, 새로운 당권 경쟁도 머지않아 일어날 조짐이다.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도 공신력 있는 야당, 정책대안을 가진 야당의 육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번 재보선은 또 여러 가지 점에서 한국 민주정치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고질적인 지역감정 탈피의 조짐이 있는가 하면 정치적 중진들이 신참에게 패함으로써 정계은퇴를 선언하는 등 정치적 물갈이도 이루어졌다.

역시 새 술은 새 부대가 필요한 것인가. 새정치연합이 아무런 ‘새로움’이 없이, 구호만 ‘새정치’, 이름만 ‘민주연합’이어서는 야당의 시대적 소명을 다할 수 없을 것이다. 야당이 여당이 정치하는 것을 사사건건 반대하고 방해하는 것으로는 진정한 야당이 될 수 없다. 국민들은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서 야당의 일련의 행위들이 국민적 위기 속에서 여당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방해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야당의 행태를 보면 도리어 보수에 빠진 이름만의 진보라는 인상이 짙다.

오늘날 한국 민주주의의 실상을 쉽게 농단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민주주의가 자신에서 출발한 문제의식이 없고, 더구나 문제 해결이라는 측면에서 대안을 갖지 못하고 ‘내용 없음’으로 일관한다면 앞으로 더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불안이 앞선다. 발등에 불로 떨어져 있는 통일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여야가 대립을 위한 대립으로 일관하거나 아니면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공론에 머물러 있다면 통일에 있어서도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역사를 이끌어갈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앞선다. 한국 통일은 결코 주변국이 이루어 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주변국은 방해를 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통일도 민주주의도 자신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성과를 거둘 수가 없다. 자신의 문제의식이 없으면 남의 장단에 춤을 추기 십상이고, 그렇게 하다 보면 영양가 없는 구호만 남발하게 된다.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만 해서는 역사를 창조적으로 이끌어 갈 수 없다. 이제 한국 국민의 수준도 누가 헛소리를 하고, 누가 국민에게 아부하는지, 누가 사리사욕에 머물러 있는지를 판별할 줄 안다.

박정진 객원논설위원·문화평론가
세월호 사건을 사태가 되도록 조기진화를 하지 못하고 악화시킨 것은 집권여당의 책임이 크다. 그러나 한국의 구조적 비리가 현 집권여당 탓만을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야당은 여당을 공격하면서도 현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근본에서부터 풀어갈 방도를 제시하고 여당을 독려하는 자세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야당은 세월호 사건을 정쟁으로만 이용했다.

야당의 당파적 자세는 항상 문제가 된다. 지나간 일이지만 IMF 사태 때도 여당인 김영삼정부가 국정을 운영하는 태도와 처신은 참으로 대한민국이 ‘독립국가’인가를 의심할 정도였다. 말만 ‘문민정부’라고 큰소리쳤지, 정작 실질적으로 민주주의를 토착화하는 데에 실패했고, 그 결과가 IMF 사태였던 것이다. 국가파산의 IMF 사태는 여당의 책임은 물론이지만 야당도 국회에서 당면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여당의 법안 통과를 지연시키고 심지어 방해하는 등으로 시의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하게 한 여야 공동책임의 성격이 강했다. 경제식민통치라는 IMF로 인해 우리 국력은 전반적으로 반 동강 나고 말았던 것이다.

그 후 여당과 야당이 번갈아 가면서 정권을 담당했지만, 한국 정치의 특색은 항상 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정쟁적·당파적·적대적 입장에서 정치적 현안을 풀어가는 측면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물론 정권을 잡기 위한 것이 정당의 속성이라고 하지만 항상 소아적 대치가 아니라 대국적 견지에서 국가의 장래를 생각하는 태도가 절실하다.

이번 야당의 선거 참패는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무엇보다도 세월호 사건을 정치적 쟁점화해서 국민의 표를 더 얻고 선거에서 이기고, 결과적으로 여당에 대한 정치적 공세를 이어가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진 야당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적 응징일 것이다. 동서로 표가 갈라지는 지역감정은 싫든 좋든 한국 정치의 현주소이다. 이 문제도 지역감정 자체를 놓고 옳다, 그르다 가부를 따질 일이 아니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느냐를 잘 살펴서 원인 처방을 해야 한다.

한국정치는 항상 동서통합에 신경을 써야 하고, 그래야만 통일에의 대비도 되고 통일에의 길도 열릴 것이다. 국민통합을 이루는 것이 남북통일에의 지름길이다. 민주주의가 도입된 지 70년이 돼 가는 시점에서 ‘성년 민주주의’를 기대한다. 민주주의 발전을 야당에 더 기대하는 것은 ‘진보’의 이름값을 하라는 말이다.

박정진 객원논설위원·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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