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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홍칼럼] 관료사회 먹여 살리는 장밋빛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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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8-11 22:41:15 수정 : 2014-08-12 02: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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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조원 복지 청사진 재원 조달 계획 막막
세계 7개 바이오 강국 6년내 어림없어
정부가 시절이 하수상한 틈을 타 굵직한 정책 두 가지를 발표했다. 국가 성장전략을 담은 중요한 내용인데도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박근혜표 맞춤형 복지’ 마스터플랜인 제1차 사회보장 기본계획(2014∼2018)과 미래 성장동력 사업으로 세계적 바이오산업 육성·차세대 에너지 기술 개발 방안이다.

복지 마스터플랜에는 복지 교육 등 분야의 211개 정책을 담았고 여기에 필요한 예산은 316조원이나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복지공약을 발표하면서 증세 없이 27조원씩 5년간 마련하겠다던 135조원보다 훨씬 많다. 분야별로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사회안전망 구축 부문에 약 299조8000억원, 일을 통한 자립 지원 부문에 15조1000억원, 지속가능한 사회보장기반 구축 부문에 1조3000억원을 쓴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300조원이 넘는 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비용은 국가재정운용계획과 내년도 예산안에 우선 반영한다고 했으나 재원 충당 방법으로 또 뻔한 소리만 늘어놨다. 지출구조 조정, 세입기반 확충, 비과세 감면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 금융소득과세 강화 등등이다. ‘증세없는 복지 재원 마련’이란 꼬리표를 달고 있는 135조원짜리 박근혜표 복지공약이 한참 전에 물 건너 간 마당에 재원 조달이 막막한 316조원짜리 복지 청사진이 제대로 시행될 리 만무하다. 말 그대로 장밋빛 청사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런 걸 복지 마스터플랜이라고 내놨으니 그 배짱이 놀라울 따름이다.

김기홍 수석논설위원
‘바이오· 기후변화 신기술 ·신산업 창출전략 보고회’라는 이름도 거창한 대통령 주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발표된 바이오 육성 방안 역시 뜬구름 잡기 수준이다. 보기만 해도 놀랄 만한 숫자가 잔뜩 나열돼 있다. 현재 13개 수준인 글로벌 바이오 기업을 50개로 확대하고 지금까지 단 한 종도 개발하지 못한 글로벌 신약을 10종 이상 만들어 세계 7대 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목표 시한은 2020년이다. 6년 안에 글로벌 바이오 기업을 37개나 만들어내고 글로벌 신약을 10종 이상 만드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이해할 수 없다.

다른 분야와 달리 바이오 분야는 연구개발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 의료기기 하나 개발하는 데도 보통 10년 이상씩 걸린다. 도깨비방망이로 뚝딱 만든다면 모를까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삼성 같은 세계적 기업도 바이오제약, 의료기 등을 5대 신수종 사업을 선정해 2020년까지 23조3000억원을 투자해 50조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세웠다가 어려움을 겪고 4년 만에 사업추진단을 해체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과학기술 전문가들이 모인 싱크탱크에서 숫자놀음 보고서를 내놓았다는 게 이상하다.

정부는 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재탕 삼탕 정책이 부지기수지만, 보고서대로만 됐다면 우리나라는 일찌감치 지구상 어디에도 없는 젖과 꿀이 흐르는 나라가 됐다. 설익은 정책 남발로 국민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됐다. 사람들은 확실한 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관료들은 그런 구미에 맞춰 그럴듯한 숫자로 포장해서 보기 좋게 꾸며낸다. 자연스럽게 실속도 챙긴다. 정책 수요를 앞세워 조직을 키우는 데 골몰한다. 신사업을 추진하려면 자리를 만들어야 하고 예산도 늘려야 한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하고서도 공무원이 꾸준히 늘어 올 들어 공무원 100만명 시대를 열었다. 기업인들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한다. 관료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수단은 제한돼 있다. 권력, 봉급, 수당, 공무원연금 등을 늘리려면 쉬지 않고 자리를 만들어야 하고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이것으로도 부족하다 싶으면 정보통신 신사업 창출 지원을 핑계로 나랏돈을 빼돌리고 뇌물을 받은 통피아(통신마피아)처럼 공직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아 갑질도 서슴지 않는다.

김기홍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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