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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 떠오르는 이미지 사진으로 드로잉

입력 : 2014-08-12 22:25:37 수정 : 2014-08-12 22:2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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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승 작가 PKM갤러리서 개인전 사진을 단순한 재현의 도구가 아니라 생각(아이디어)을 구체화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작가가 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사진으로 드러내는 방식이다. 잔잔한 내면에서 일어나는 심상의 풍경을 사진으로 드로잉을 한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9월12일까지 PKM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여는 정희승(40) 작가를 두고 하는 말이다.

“테이블 다리에서 인간의 육체를 생각하게 됩니다. 요즘 들어 부쩍 주위의 모든 대상들이 그렇게 다가옵니다. 제 마음의 나래가 대상들과 하나가 되는 과정 같아요.”

그는 그동안 인물과 식물, 건축 등 자신의 주변을 둘러싼 모습을 간결하게 카메라에 담아왔다.

다리 하나가 없는 테이블 오브제와 뒷등을 보이고 있는 그로테스크한 포즈의 인물 사진 사이에 서 있는 정희승 작가. 그는 스스로가 사진 속 오브제로 스며들기를 바란다.
이번 전시에는 ‘작업의 현재를 보여주는’ 사진과 설치 작업 등 모두 5점을 선보인다. 작품 수는 적지만 작가의 작업관을 엿볼 수 있는 ‘드로잉 같은 작업’들이다.

작가는 다리 한 개가 없는 테이블 위에 작업실을 오가는 길에 차에서 찍은 하늘 사진 수백장을 포개서 올려놨다. 서로 다른 하늘의 색이 5개 층을 이루는 ‘오브제’의 무게에 위태로움이 느껴진다. 묘한 긴장감이다. 삶의 무게는 이내 익숙함 속으로 사라지게 마련이다. 무거운 오브제와 다리가 하나 없는 테이블의 지탱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작가의 발상에서 시적 상상력이 읽혀진다. 인생 버겁다할 건 뭔가. 허공의 뜬 구름 같이 정처 없이 흘러갈 수밖에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넌지시 말해주는 듯하다.

“하늘은 흔하고 진부한 소재지만 각자 하늘을 보면서 하는 생각이 있을 정도로 가장 개인적인 공간이지요. 하늘을 보면서 느꼈던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는 자신의 사진집을 보면서도 또 하나의 생각을 건져 올렸다. 사진집를 펼쳤을 때 사진과 사진의 공간에서 건축적 요소를 읽어 냈다.

“가운데가 텅 빈 ‘회전문이 있는 방’은 문을 어떻게 열고 닫는지에 따라 지극히 폐쇄적인, 혹은 완전히 열려진 모습을 보여줘요. 텅 빈 공간의 다양한 얼굴이라 할 수 있지요.” 그는 직접 문과 벽의 구조를 만들어 사진을 찍었다.

손을 등 뒤로 모아 마치 구도하는 듯한 자세를 취한 인물의 뒷모습은 10살 난 딸이 자주 취하는 동작에서 영감을 얻었다. 발레를 했던 동료 작가가 모델이 돼 경건한 듯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동작을 취했다. 나름의 생각을 특정 포커스에 맞추는 방식으로 생각의 드로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인물만 찍을 때는 몰랐는데 정물을 찍다 보니 그동안 인체를 조형적인 대상으로 보고 촬영했고, 오히려 가구는 의인화해서 표현하는 지점이 있었던 것 같아요. 결국 모든 게 서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사진의 속성에 얽매이기보다 철저한 도구화로 차분하게 자신의 감성의 통로에서 ‘열린 작업’을 추구하는 모습에서 미래가 크게 기대되는 작가다.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한 뒤 런던 칼리지 오브 커뮤니케이션 사진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친 작가는 송은미술대상 우수상과 박건희문화재단 다음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02)734-9467∼9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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