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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천 상류 ‘청정 계곡’ 즐기기] 깊고 푸른 계곡…물 만난 선녀와 나무꾼

입력 : 2014-08-14 20:44:07 수정 : 2014-08-14 20:4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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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물빛 소 ·물소리 우렁찬 계곡 많아
적목용소·무주채폭포 피서철에도 한적
강씨봉휴양림서 책 읽고 수다 떨며 休∼
가평군 북면 일대는 경기도에서 가장 험준하고 높은 산악지대다. 강원 화천군 사내면과 맞붙은 이곳에는 경기도 내 최고봉인 화악산(1468m)을 필두로 제2봉인 명지산(1267m)과 석룡산(1155m), 연인산(1068m) 등 1000m가 넘는 산이 넷이나 된다. 900m급 봉우리도 여럿이다. 그래서 강원도나 경북 내륙지방의 심심산골을 연상시킨다.

화악산과 명지산 사이의 너른 계곡을 흘러 북한강에 합쳐지는 물길이 가평천인데, 가평천 상류는 경기도의 대표적인 청정지역이다. 전체 길이가 30㎞가 넘는 가평천은 좌우로 지류 골짜기도 여럿 품고 있다. 그 안에는 초록 물빛의 소(沼·물웅덩이), 우렁찬 물소리를 내뿜는 폭포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가평읍에서 75번 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면 가평천 지류인 용추계곡과 명지계곡을 지나간다. 화천으로 넘어가는 고개인 도마치 바로 밑까지 계속 올라가면 가평천 최상류인 적목리의 용소에 다다른다. 가평팔경 중 5경인 적목용소는 가평천 최고의 비경이다. 깊이가 가늠 안 될 정도로 용소의 물빛이 짙고, 폭포를 감싸고 있는 바위 형상도 범상치 않다. 

가평천 상류에는 무더위를 식힐 수 있는 소와 폭포가 즐비하다. 그 중에서도 최상류의 적목리 용소는 으뜸가는 비경으로 꼽힌다. 피서객이 기세 좋게 소로 뛰어들지만, 물이 워낙 차가워 금세 밖으로 나오게 된다.
튜브에 몸을 실고 차가운 계류에서 더위를 쫓는 아이.
서울에 폭염경보가 내린 날에도 이 주변에서는 깊은 소와 폭포가 내뿜는 서늘한 기운으로 더위를 금세 잊는다. 피서객들은 “이런 데가 있었네”라며 감탄사를 연발하더니 이내 “너무 춥다”며 물 밖으로 몸을 뺀다.

적목용소에서 국망봉 등산로를 따라 1㎞쯤 올라가면 무주채폭포를 만날 수 있다. 높이 30여m의 거대한 바위 위에서 가는 물줄기들이 여러 겹 모여 휘어지며 떨어지는 모습이 하얀 명주실을 풀어 놓은 것 같다. 무주채(舞酒菜) 라는 이름은 옛날에 무관(武官)들이 이곳에서 나물을 안주 삼아 술을 마시며 춤을 추었다는 데서 유래했다.

명주실처럼 하얀 물줄기가 흩어져 쏟아지는 무주채폭포
적목용소에서 무주채폭포로 오르는 길은 더없이 한적하고 조용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스마트폰도 연결되지 않는다. 피서객 대부분이 아래쪽 가평천 중하류나 용추계곡, 명지계곡에 여장을 풀기에 적목용소와 무주채폭포에는 한여름에도 사람들이 많지 않다. 그래도 정취가 빼어나 무주채폭포에 오르는 길은 심심하지 않다. 계곡을 따라 작은 폭포가 여럿이고, 폭포 옆 바위에는 사람 손때가 묻지 않았다는 증표인 이끼가 두껍게 남아 있다.

무주채폭포로 오르는 길에 만나는 이끼폭포.
적목용소에서 75번 국도를 타고 3㎞쯤 내려오면 석룡산의 조무락골 입구인 삼팔교에 이른다. 조무락골은 새들도 감탄해 무리지어 춤을 출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삼팔교에서 물길을 따라 2.7㎞를 오르면 3단 폭포인 복호동폭포에 닿는다. 몇년 전만 해도 조무락골은 경기도의 대표적인 청정계곡으로 꼽혔으나, 이즈음은 주말이면 산행 인파로 붐빈다. 조무락골에서 조금 더 하류로 내려가면 강씨봉자연휴양림이 자리하고 있다. 강씨봉(830m) 자락에 2년 전 새로 문을 연 휴양림으로, 작은 계곡을 끼고 있다. 계곡물에 의자를 놓고 책을 읽는 사람, 숲 속 평상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가족들의 모습이 더없이 평화로운 정경을 만들어낸다. 

강씨봉자연휴양림의 숲속에서 휴가를 즐기는 가족.
가평천 지류의 물길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이 명지계곡과 용추계곡이다. 팬션과 방갈로가 빼곡히 들어서 있고 휴가철에는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몰린다.

군립공원인 명지계곡에는 임산폭포와 명지폭포가 자리하고 있다. 도립공원인 연인산과 칼봉산(900m) 자락에 들어선 용추계곡은 예로부터 아홉곳의 절경이 있다고 해서 용추구곡으로 불렸다. 

용추구곡의 제 1경인 용추폭포.
용추구곡의 제1경이 용추폭포다. 폭포가 그다지 높지는 않으나, 거대한 바위들 사이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여간 힘찬 게 아니다. 이 물길이 용틀임하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와룡추라고도 불린다. 용추폭포는 소의 물이 깊은 데다 소용돌이까지 일어 익사사고가 끊이지 않자 지금은 출입을 못 하도록 줄을 쳐놓았다.

가평 북면의 계곡은 이젠 수도권 사람들이 즐겨 찾는 피서지 중 하나가 됐다. 몇 년 전만 해도 적목용소 주변에서는 휴대전화 연결도 되지 않았으나, 이제는 가평천 상류에도 숙박시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몇년 뒤에는 적목용소나 무주채폭포 주변도 피서객들로 북적댈지 모르겠다.

가평=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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