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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원칼럼] 모병제 … 患亂 맞설 ‘둑’ 허물자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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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8-18 22:15:48 수정 : 2014-08-18 22: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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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삼간 태우는 國民皆兵 폐지 주장…
빚내 모병제 한다고 가혹행위 사라지고 정예강군 되나
두 해 전 7월의 일이다. 머리 깎은 아들과 함께 간 의정부 보충대는 온통 작별 바다였다. 연병장에 넙죽 엎드린 아들, 어머니는 그 아들을 껴안고 “조심해 다녀오라”고 한다. 그날 온 식구는 눈물을 흘렸다. 그해 여름은 어찌 그리도 덥던지, 애타는 어머니는 매일 ‘온라인 훈련소 카페’를 들락거렸다. 옷 담은 소포가 온 날, 편지에서 눈물 자국을 찾아내곤 어머니는 또 울었다. 

강호원 논설실장
아들 군대 보낸 이 나라 부모의 심정은 똑같을 터다. 가혹행위. 어머니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보충대의 작별은 더 애처로울 게다. 구타, 왕따, 총기 사고…. 이런 고질을 뿌리 뽑는 것이야말로 부모들의 한결같은 바람이요, 뼈를 깎아 이루어야 할 과제다.

무엇으로 뿌리 뽑을까. 온갖 주장이 쏟아진다. 그중 하나,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를 도입하자고 한다. 이유가 그럴싸하다. “가혹행위를 없애려면 모병제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 “일자리가 생긴다”, “정예강군을 만들 수 있다”는 이유도 붙인다.

과연 그런가. 이런 탁상공론도 없다. 가혹행위를 화두 삼아 모병제를 주장하니 출발부터 잘못됐다. 1973년 모병제를 도입한 미군, 가혹행위는 사라졌을까. 지금 미군도 때리고, 자살하는 가혹행위로 난리다. 미 하원은 감사원이 직접 실태조사를 하도록 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질까. 일반 사회와는 다른 상명하복 집단이 군 조직이기 때문이다. 미군도 잘못하면 ‘하드타임’을 주고, 봉급을 깎고, 큰 잘못은 군사재판에 넘긴다. 평소에는 혹독한 훈련을 감수해야 하고, 전시에는 서로 의지해 목숨 건 싸움을 해야 하니 군의 기강은 생명줄과도 같다. 가혹행위는 그런 환경에서 빚어지는 일탈 현상이다. 최근 이어지는 가혹행위 파문은 인습과 성숙하지 못한 합리적 사고가 더 큰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일자리가 생긴다? 말은 그럴싸하다. 돈 문제는 따져 봤는가. 계산은 복잡하지 않다. 현재 40만명의 병사를 하사 초임 연봉 2500만원을 주고 직업군인으로 바꾸면 연간 10조원 든다. 30만명이면 7조5000억원, 20만명이면 5조원. 30만명 기준 10년간 드는 돈은 75조원이다. 부대비용을 따지면 더 불어난다. 박근혜정부 복지예산 135조원도 조달 못해 난리 아닌가. 모병제를 한다고 나라를 빚더미에 앉히려 하는가. 빚에 짓눌려 흔들면 무너지는 ‘껍데기 공화국’을 만들고자 한다면 또 모르겠다. 일자리는 경제를 일으켜 만들어야 한다. 빚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정예강군? 이런 궤변도 없다. 모병제로 바꾸면 강군이 되는가. 기능 숙달에서는 나을 수도 있겠다. 그것만이 강군의 조건인가. 더 중요한 것은 애국심과 사명감이다. 왜 ‘국군’이라고 부르는가. ‘나라를 지키는 국민의 군대’이기 때문이다. 부잣집 아들이나 가난한 집 아들이나 모두 총을 들고 나라를 지킨다. ‘국민개병(國民皆兵) 정신’이 살아 있으니 수많은 장교와 부사관들은 ‘호국의 간성’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몸을 던져 역할을 감당하는 것 아닌가. 한주호 준위는 무슨 생각으로 찬 바다에 몸을 던졌겠는가.

지난 수십년간 군대 간 이 나라 아들들은 봉급 작다고 분규한 적이 없다. 노조를 만들어 “월급 올리라”며 파업하는 일반 공공조직과 같은 군대가 강군인가, 사명감으로 뭉치는 국군이 강군인가. 공공조직의 도덕적 해이는 너무도 많이 봐 오지 않았던가. 정예강군을 만들겠다면 모병제를 말할 게 아니라 전문 부사관을 늘려 모자란 점을 보완할 일이다.

일본도 모병제를 징병제로 돌리려 한다. 왜 그럴까. 돈 때문일까. 강한 군대를 만들고자 하기 때문이다.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수많은 침략에 강토를 유린 당한 역사를 보나, 전란 기운이 움트는 동북아의 ‘힘없는 나라’ 현실을 보나, 분단을 놓고 보나 국민개병 폐지가 가당키나 한 일인가.

어머니는 연천 부대로 간 아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우리 아들이 거기 있으니 엄마아빠가 편히 있는 거야.” 훈련소 카페에도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돌아온 답은 이랬다. “엄마, 나도 알아!” 총을 들고 나라를 지키는 수많은 젊은이들은 똑같은 생각, 똑같은 답을 할 게다.

나라의 미래를 지킬 ‘그 생각’을 오래오래 간직하도록 가혹행위를 실질적으로 뿌리 뽑을 방법을 고민해야지, 엉뚱한 모병제 주장이나 늘어놓을 일인가. 환란에 맞설 둑을 허물자는 것이 아니라면….

강호원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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