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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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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8-19 22:38:53 수정 : 2014-08-19 22:3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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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정치적 노선에 이용돼선 안돼
달라이 라마 방한도 성사되길 기대
프란치스코 교황이 8월14일부터 4박5일 한국 방문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로마로 돌아갔다. 방한 중 여러 가지 의미 있는 흔적을 남겼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의 손을 잡고 깊은 애도를 표한 것, 방문 도중 내내 노란색 세월호 희생자 추모 리본을 착용한 것, 이주노동자 등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위로의 말을, 청년들에게 용기와 격려의 기별을, 모두에게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 것, 아이들의 이마에 입을 맞춘 것 등은 우리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광화문에서 100만 인파가 모인 가운데 거행된 시복식은 역사적 사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두가 여러 가지 면으로 어려움에 처한 대한민국에 힘을 주는 일이라 여겨진다.

여기서 약간 시각을 달리하여 그의 방문에 아쉬운 면, 우려스러운 면도 없지 않다는 것을 잠깐 언급해보고자 한다.

첫째, 그의 방문을 당리당략 차원의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어디서 누구를 만났는가 하는 것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여 자기의 정치적 노선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교황은 결코 특수 기득권 집단의 이해에 따라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방문이 자기들의 기득권을 더욱 강화하거나 공고히 하는 쪽으로 이용하려는 시도가 있을 것이다.

둘째, 가톨릭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일부 개신교 측이 과잉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개신교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일부 개신교 측은 가톨릭에 대해 적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언행을 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불교를 오해하는 개신교 교인들에 의해 촉발되는 종교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에서 이제 가톨릭도 배척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스러움이 있다. 물론 이는 교황이 부르짖는 종교 간의 화해와 생명 평화 정신에 위배되는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 이번 방문의 핵심이 되는 시복식과 관계되는 일이다. 이번 시복식은 윤지충 바오로와 123위 동료 순교자들의 순교를 기려 복자라고 부르고, 앞으로 해마다 그분들의 축일을 거행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예식이다. 

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종교학
교황은 순교자들의 삶이 “가난한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주목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모범이 된다”고 했다. 이들의 순교를 기리는 것까지는 좋다. 그러나 그들의 순교가 바티칸의 실수였다는 사실도 함께 고백하는 일이 있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톨릭 신학자 한스 큉에 의하면 ‘교황무오설’에 의해 무오하다는 교황이 저지른 최대 과오 중 하나가 제사제도를 우상숭배로 정죄한 것이라고 한다.

중국에 가톨릭이 들어왔을 때 가톨릭 선교사가 제사제도 허용 여부를 교황청에 문의했다. 이때 교황청은 제사를 우상숭배라 규정하고 금했다. 이런 교황청의 결정에 의해 희생된 순교자들에게 교황청의 실수를 고백하고 사죄하는 절차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지금은 가톨릭도 제사제도를 허용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교황의 방문이 있었으면, 역시 세계적으로 존경 받고 있는 달라이 라마의 방한도 이루어졌으면 한다. 달라이 라마는 최근에 쓴 책 ‘종교를 넘어’에서 전통 종교에서 강요하는 종교 윤리가 아니라 우리의 깊은 성찰에 기초한 세속적 윤리를 제창하며 모든 종교들의 화합과 협력을 호소하고 있다. 그의 방문도 한국 종교계와 한국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믿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이 한국과 한국 종교계에 좋은 영향을 끼치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종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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