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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침략·전쟁·분단 아픔 속 한국인 존엄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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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8-19 19:12:14 수정 : 2016-06-30 14: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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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 고통 앞 중립적일 수 없어”
세월호 ‘노란 리본’ 논란 답변
“형제자매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는 없습니다.”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를 남기고 4박5일간 한국 방문일정을 마친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현지시간)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전세기 안에서 세월호 유족들에게 깊은 관심을 보인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세월호 추모 행동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고통과 슬픔에 직면했을 때는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며 “나는 사제로서 고통받는 이들에게 다가서야 한다. 이는 내가 해결책을 내놓는다는 뜻이 아니라 위로를 전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그러면서 “(세월호 추모) 리본을 유족한테서 받아 달았는데 반나절쯤 뒤 누군가 내게 다가와 ‘중립을 지킬 필요가 있으니 그것을 떼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물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인간적인 고통 앞에서는 중립적일 수 없다”면서 그 제안을 물리쳤다고 한다.

바티칸라디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기내회견에서 한국 방문에 대한 소회를 비롯해 각종 현안과 자신의 건강문제 등에 대한 생각을 드러냈다. 이탈리아어로 1시간가량 진행된 회견 내내 교황은 일어선 채 이따금 유머를 섞어가면서 솔직한 답변을 내놨다. 그의 왼쪽 가슴에는 노란 리본이 여전히 달려 있었다. 교황은 한국이 겪은 역사적 고통과 관련, “한국인은 침략과 전쟁, 분단의 아픔을 경험한 민족이지만 존엄을 잃지 않았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는 또 18일 오전 명동성당 미사에서 만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언급하며 “소녀 시절 끌려가 이용을 당한 분들이지만, 그처럼 큰 고통 속에서도 존엄을 잃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라크의 수니파 무장반군 ‘이슬람국가(IS)’에 대한 미국의 공습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는 “옳지 않은 폭력이 있는 곳에서는 그것을 멈추게 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말할 수는 있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그는 다만 “어떤 나라가 혼자서 그런 침략행위를 막을지 결정할 수는 없다”고 말해 유엔 등 국제기구를 통한 개입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교황은 내년 9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세계가정대회 참석 의사를 밝히며 백악관과 유엔본부 방문일정이 추가될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내게 중국에 갈 생각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당연하다. 내일이라도 가겠다’고 답하겠다”며 중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자신의 ‘세계적인 인기’에 관해서는 “내적으로 내 죄와 실수들을 생각하면서 교만해지지 않으려고 애쓴다”며 “(인기는) 짧은 시간만 지속될 뿐이다. 2∼3년여가 지나면 (하느님) 아버지의 집으로 떠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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