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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무원이 숨기면 어떻게 ‘손톱 밑 가시’ 뽑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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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8-19 22:48:38 수정 : 2014-08-19 22:4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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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트럭 규제 완화가 결국 용두사미로 끝날 모양이다. 푸드트럭은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끝장토론에서 규제의 상징으로 떠오른 ‘손톱 밑 가시’였다. 정부는 각종 규제에 막혀 불법영업을 할 수밖에 없다는 업계 요구를 수용해 관련법을 모두 뜯어고쳤다. 새 법이 시행되는 오늘부터 푸드트럭은 합법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길이 트였다. 그러나 실제 혜택을 보는 트럭은 고작 22대에 불과하다고 한다. 영업장소가 유원시설로 한정된 데다 대다수 유원시설에서 푸드트럭 영업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 6000명의 신규 고용과 400억원의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있다는 정부 호언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탁상행정이 낳은 블랙 코미디가 따로 없다.

규제의 뿌리는 뽑아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공무원의 밥그릇과 칡덩굴처럼 얽히고설킨 까닭이다. 오늘로 예정된 2차 끝장토론의 갑작스런 연기가 그런 생태계의 실상을 웅변하고도 남는다. 청와대는 “내실 있는 콘텐츠를 준비하기 위해서 회의를 연기했다”고 둘러대지만 속사정은 딴판이다. 그간 추진한 실적이 너무 미미해 끝장토론을 열어봐야 안건으로 다룰 과제가 없는 것이 진짜 이유라고 한다. 관료들의 저항에 밀려 번번이 실패한 역대 정부의 전철을 답습하지 않을까 우려가 앞서는 형국이다.

정부 규제는 갈수록 느는 추세다. 현재 등록된 규제만 1만5326건이다. 올 들어 66건이 불었다. 끝장토론 이후에도 줄기는커녕 되레 23건이나 늘었다. 규제개혁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은 무엇보다 규제의 칼자루를 쥔 공무원들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탓이 크다.

정부는 어제 국무회의에서 규제비용총량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16년 만에 규제 관련 법을 전면 손질한 것이라고 한다. 새 법에는 정부뿐 아니라 의원입법까지 총량제와 일몰제가 적용되는 고강도 조치가 담겼다. 종전 임의로 운영되던 규제개혁 신문고가 법적 기구로 격상돼 소관 부처가 민간으로부터 건의를 접수하면 14일 이내 책임자가 실명으로 응답해야 한다.

우리 경제가 건실한 성장을 지속하려면 기업 투자의 물길을 가로막는 규제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 어제의 제도 보완도 그 일환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일이 있다. 바로 공무원의 마음가짐을 바로잡는 일이다. 대통령이 아무리 “꿈속에서도 규제개혁을 생각하라”고 외쳐도 공무원들이 숨기고 있으면 어떻게 손톱 밑 가시가 뽑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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