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단독] '상관에 찍히면'… 군, 알아서 기는 셀프수사

입력 : 2014-08-20 19:53:33 수정 : 2014-08-21 08:16:5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2013년 정보사령관 감찰도 어물쩍
김광진 의원, 당시 김관진 국방에 이모 사령관 투서 관련 조사 요구
이후 국방부 감찰실 직원 찾아와 “불러도 안 와… 봐달라” 되레 읍소
군 고위직 장성에 대한 군의 자체 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군은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사건과 국군사이버사령부 ‘정치 댓글’ 의혹 사건을 직접 조사·감사했으나, 두 사안 모두 사건 발생 당시 국방장관인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조사하지 않았다.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 국방운영개선 소위원회에서 백승주 국방부 차관(맨 오른쪽)이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사건 등 병영문화 개선 관련 현안에 대해 보고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결과적으로 ‘꼬리 자르기’ 수사·감사였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군 수뇌부에 대한 ‘셀프 수사·감찰’이 왜 이런 식으로 흐지부지되는지를 보여주는 증언이 확보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새정치연합 김광진 의원은 지난해 10월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에게 국군정보사령관 이모 소장에 대한 감찰을 요구했으나, 국방부 감찰단은 이 소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김 의원의 감찰 요구가 있은 지 2주 후에 찾아온 국방부 감찰단 직원 2명은 ‘감찰은커녕 이 소장을 제대로 만나지도 못했다’면서 ‘제발 봐 달라’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당시 직원들은 “가해 당사자인 이 소장도 조사하지 않고 무슨 감찰을 했느냐”는 김 의원실의 지적에 “불러도 안 오는 걸 어떻게 하느냐”, “장군을 우리가 어떻게 부르고 어떻게 묻느냐”고 하소연했다는 것이다.

이는 군 고위직 장성들을 대상으로 한 군의 수사·감찰이 수박 겉핥기에 그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웅변하는 사례이다.

이에 대해 군의 한 소식통은 “군 당국이 김 실장을 조사조차 하지 않은 채, 김 실장이 국방장관 당시 윤 일병 폭행사망 사건의 구체적 내용과 사이버사 정치 댓글 작성 사실을 보고받지 못했다고 결론 낸 것은 군 고위직 장성에 대한 조사 자체가 불가능한 현실과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더욱이 당시 이 소장에 대한 민원 진정은 ‘당시 사령관이던 이 소장의 지휘권이 정당하게 행사됐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다.

이 소장은 지난해 5월 정보사령부에서 국방부 감찰단에 ‘기혼 남녀 부사관이 불륜관계’라는 투서가 들어가자 투서 내용의 진위를 가리기는커녕 ‘내부 고발자’ 색출에 나섰다.

정보사령부 소속 A(46) 원사와 B(52) 원사가 투서자로 지목돼 이 소장 등으로부터 자백을 강요받았다. A 원사가 혐의를 부인하자 정보사 감찰실은 A 원사와 B 원사의 컴퓨터를 압수하고 CCTV 확인과 지문 감식 등을 벌였지만 두 사람이 투서자라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 이후 두 원사는 이 소장 등을 협박 및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에 고소했으나 이 소장 등은 면책되고 A 원사만 복종의무 및 법령 준수 의무 위반 등의 이유로 해임처분됐다.

김 의원실은 “‘높은 사람에게 찍히면 죽는다’는 군내 인식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사례였다”며 “이를 조사해 달라고 한 요구에 당사자인 이 소장은 만나지도 못한 채 결과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 우리 군의 현실”이라고 혀를 찼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