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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루시’ 다시 악랄해진 최민식

입력 : 2014-08-21 11:20:57 수정 : 2014-08-21 14: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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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의 해외 진출작으로 국내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루시’(감독 뤽 베송)가 20일 첫 공개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최민식과 스칼렛 요한슨, 모건 프리먼, 그리고 뤽 베송의 만남. 이순신 장군의 갑옷(명량)을 벗은 최민식은 다시 '전매특허' 악당 연기로 돌아왔다. 첫 등장은 흡사 ‘악마를 보았다’를 연상케 했다.

타이밍이 절묘했다. 차기작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면, 최민식은 1500만명이 본 ‘명량’에서의 ‘성웅’ 이미지에서 쉽게 벗어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명량’의 상영이 채 끝나기도 전에 ‘루시’를 선보이니,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인간계에 내려온 최민식을 받아들이게 될 듯하다. 

첫 외화 출연이라 그런지 다소 경직되고 과장된 느낌도 없지 않지만, 그의 명불허전 연기력은 이순신 장군과 ‘미스터 장’(루시 속 최민식의 배역)이 같은 인물이라는 사실을 구분 짓는 것조차 무의미하게 만든다.

이번 영화를 위해 내한한 뤽 베송 감독은 젊은 시절의 톡톡 튀는 패기가 느껴지는 익사이팅한 영상과 기발한 스토리로 관객들의 눈과 뇌(?)를 즐겁게 만든다. 하지만 작품을 받아들이고 소화하느냐에 따라 “지나치게 진지하다” 혹은 “허무맹랑하다”는 등의 부정적인 반응이 나올 소지도 다분하다.

영화는 남자친구의 꼬임에 넘어가 미스터 장(최민식 분)이 운영하는 마약 조직 소굴에 들어가게 된 주인공 루시(스칼렛 요한슨)가 엄청난 초능력을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기이한 이야기를 그린다.

액션 누아르 색이 짙은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는 과학적·철학적 상상을 자극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인간이 자신이 가진 뇌용량을 10%가 아닌 100% 사용할 수 있다면?”이라는 가설에서 출발한 영화는 가볍고 통통 튀는 액션 뒤로 진지하고 묵직한 주제를 담으며 관객들을 영화적 상상력의 신세계로 안내한다.

관객들에게 친절하기만 한 영화는 결코 아니다. 하지만 90분 짧은 러닝타임에 이토록 방대한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뤽 베송의 힘이 새삼 대단하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영화. ‘어벤져스’ ‘그녀’ 등으로 할리우드를 넘어 국내에서도 신뢰도가 급상승한 여배우 스칼렛 요한슨의 타이틀롤 연기, 그리고 최민식과 모건 프리먼의 기품 있는 연기는 꽤나 근사한 앙상블을 이룬다.

“이젠 얼굴에 피는 그만 묻히고 싶다”고 속마음을 종종 내비쳐온 최민식이기에 왠지 죄송스럽지만, 다시 악랄해져서 돌아온 그의 첫 등장신은 무척이나 반가웠다. 역시 천의 얼굴을 가진 연기자라는 말 밖에는.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 90분. 오는 9월4일 개봉.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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