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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선의 한 주의 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이 순간’에 충실하라

입력 : 2014-08-21 22:30:41 수정 : 2014-08-21 22:3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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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 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 때 그 사람이
그 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그림=화가 박종성
많은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기대로 오늘을 산다.

지금이 아닌 미래의 어떤 날을, 여기 아닌 저기를, 이것 아닌 저것을…. 꿈꾸며 기다리며 기대하며, 정작 소중한 이 순간은 무심히 흘려보낸다. 지금 이 순간이, 지금 이곳이, 지금 이 사물들이, 지금 내 곁에 있는 이 사람이, 지금 나를 지탱해주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하고 뜻 깊은지를 인식하지 못하고, 무심해서, 게을러서, 무지해서, 귀찮아서, 바쁘다는 이유로, 그밖에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이유로 두 번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곳으로 흘려 보내면서 살아가고 있다.

보내고 나서 후회하면서, 다시는 그러지 말자 다짐해놓고, 또다시 무심하게, 무지하게 보내버리고 마는 수많은 꽃봉오리들….

우리는 모두 지금 내 앞에 있는 ‘노다지’를 알아볼 줄 모르고 귀한 줄 모르는 ‘반벙어리’이고 ‘귀머거리’이고 ‘우두커니’이다. 먼 미래의 어느 날에 지금 이 순간을 돌아보며 또다시 후회하는 ‘우두커니’가 되지 않기 위하여 우리는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해야 할 의무가 있다.

N H 클라인바움이 지은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도 학교를 떠나면서 학생들에게 ‘카르페 디엠’이라고 외쳤다. 라틴어로 ‘지금 살고 있는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이다.

지금 이 순간을 붙잡을 것! 이 순간의 모든 것이 나의 열심에 의해 피어날 꽃봉오리이다. 이 순간을 사랑하며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자! 매일매일 자신에게 되뇌며, 스쳐 지나가는 모든 눈길에게, 꽃을 피우는 햇살에게 꽃잎 흔들고 가는 바람에게도 사랑의 인사를 건네야겠다.

이혜선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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