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내면의 마그마는 저 우주에 산재하고 있는 암흑물질 가운데에 아직 태어나지 않은 별들의 가능성과 연결되기를 꿈꾼다. 그래서 나는 항상 뜨겁다. 나는 내 무수한 시들의 어제 그제 없는 가난과 내 시들의 내일 모레 글피의 무일푼으로 시 이전을 산다. 마침내 한 편의 시가 오리라. 그렇게 오는 나의 시가 나이다. 나는 없다. 아, 내 시는 내 조국의 안과 밖에서 울고 있는 아이의 미래일 것이다.”
고은이 이 시선집 서문에 밝힌 ‘한 편의 시 이전’이라는 자신의 시에 관한 이야기다. 팔순을 넘긴 그의 에너지는 아직도 여전히 울고 있는 아이의 그리움과 뜨거움이다. 그는 “시가 무어냐고 묻지 말아. 시인 노릇 56년이라지만 이 노릇으로 그 무슨 황홀한 대답이라는 것 아직 마련하지 못하고 말았어”라고 시론에 이은 서문 ‘이것 앞의 감회’라는 글에서 최근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그는 대체 시라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황홀한 대답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짐짓 서러워하지만 이번 시선집에 뽑힌 짧은 구절들은 그 자체로 황홀하다. 이 시는 어떤가.
돌멩이가 어둠과 부딪쳐서 소리를 낸다니, 그리하여 밤길이 외롭지 않았다니 뿌리까지 고독해본 시인의 깊은 감성이 아니면 다다를 수 없는 경지이다. 선승을 방불케 하는 이런 정서는 처처에서 빛난다.
“새벽에 쫓아나가 빈 거리 다 찾아도/ 그리운 것은 문이 되어 닫혀 있어라”(‘여수旅愁3’ 전문) “날파리야 날파리야/ 이제 보니 네놈밖에 알아줄 놈 없구나/ 산에 가서 똥 싸면/ 맨 먼저 웽하고 달려오는 네놈밖에”(‘동행’)
“아이들 입에 밥 들어가는 것 극락이구나”(‘아버지’)
이 시들을 골라낸 김형수는 “고은의 시가 어려울 거라는 생각은 하늘이 무너질까 노심초사하는 격에 다름 아닐 수 있다”면서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가 무슨 뜻을 전하고자 하는지 우리는 알지 못하지만 그래서 어렵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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