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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무자식 상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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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8-21 21:34:52 수정 : 2014-08-21 21:3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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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스라엘의 솔로몬 왕은 자식교육을 위해 성서의 잠언까지 썼지만 자식농사는 신통치 않았다. 바람둥이 아들 르호보암은 백성의 원성을 산 끝에 나라를 둘로 갈라지게 했다. 솔로몬도 바람둥이였으니 자신을 닮은 자식만 나무라기도 민망하긴 했겠다.

2005년엔 전직 대법관의 아들인 대학강사가 납치 행각을 벌여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적도 있다. 사업에 실패하자 여대생을 납치해 1억원을 요구하다 붙잡혀 아버지 얼굴에 먹칠을 했다. 공정한 법률 집행자라는 자부심 하나로 평생을 살아온 아버지였다. 평생 공들여 쌓은 탑이 자식의 잘못으로 한순간에 무너졌으니 이런 낭패도 없다. “자식이 웬수야, 무자식 상팔자야”라는 독백이 들리는 듯하다.

요즘이라고 다를까. 자식 때문에 망신살이 뻗친 유명인사들이 한둘이 아니다. 아버지는 뛰어난데 자식은 형편없는 호부견자(虎父犬子)가 널려 있다. 중국 마약퇴치 홍보대사인 액션스타 성룡의 아들이 지난 18일 아버지의 별장에서 마약을 흡입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성룡이 조롱거리가 된 건 물론이다. 자기 자식 허물은 못 보고 남의 자식 허물을 벗겨주려고 동분서주한 꼴이니 당연지사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딱 그 짝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장남은 후임병을 구타하고 성추행한 혐의로 군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아버지의 도정수행과 대권가도에 적신호를 켜는 불효를 저질렀다. 수신제가도 못하면서 치국평천하를 꿈꾸긴 어려울 것이란 얘기가 많다. 대통령도, 왕도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자식농사인 모양이다. 원자바오 전 중국 총리는 일가의 축재 의혹과 관련해 “자식농사를 망쳤다”며 땅을 쳤다.

자식의 일탈은 미성숙한 인성이 원인일 것이다. 엇나간 자식들의 공통점은 반듯한 인격체와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이기적이고 예의를 모르며 잘못에 대한 죄의식이 약하다. 타인의 아픔에 대한 공감능력도 떨어진다. 부모들은 “누굴 닮아 저 모양이냐”며 가슴을 치지만 일본 속담에 ‘아이들은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1등과 성공, 입신양명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자식교육의 부정적 효과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최부자집처럼 어려운 이를 돕는 상생의 마음을 실천을 통해 가르치고 운악 이함 종가처럼 남을 배려하고 양보하는 마음을 가르치는 것이 자식들의 삶을 더 풍성하게 하지 않을까.

김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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