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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철칼럼] 문재인이 직접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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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8-21 21:35:53 수정 : 2014-08-21 21:3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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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도 설득력도 없어 박영선 해고당한 것
진퇴양난 야당 리더십… 치킨게임부터 끝내야
치킨게임에서 이기는 방법은 간단하다. 물귀신 작전을 쓰는 것이다. 자동차 핸들을 뽑아 던져 버리면 된다. 너 죽고 나 죽자 하는 자를 누가 상대할 것인가. 한국의 정치가 그 모양이다. 집권당과 야당이 그렇고 야당 집안싸움이 특히 그렇다. 수준이 동네 깡패 수준이다. 이러니 지난 2년간 정치가 공생의 장면을 보인 순간이 아스라할 수밖에 없다. 대립하고 대결하는 공멸의 정치만이 기세등등했다. 지난 1년 국정원 댓글사건으로 날밤을 새우더니 이제 세월호 특별법이 앞을 가로막았다. 한국의 민생정치는 시계가 제로다.

야당 잘못을 크게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오늘 제1 야당에 대한 적절한 표현으론 ‘지리멸렬’만 한 게 없다. 세월호 특별법 합의 뒤 파기하는 두 번의 과정은 밑천을 총천연색으로 보여주었다. 실력이나 책임, 야심찬 목표 등 긍정적인 요소는 눈을 씻어도 찾을 길이 없다. 자중지란까지 가세하니 갈수록 가관이다. 당 지도부는 덜컥 합의부터 해놓고 뒤늦게 설득한다고 수선을 피우고, 중진들은 외곽으로 돌고, 강경파들은 지도부 등에 총기를 난사하고 있다. 8·15 광복 이후 어느 야당이 이리 무질서하고 후안무치했는지 묻게 된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독배를 마시고 죽겠다”며 비대위원장 자리를 받았다. 말로야 비장함이 넘쳐나지만 행동은 딴판이었다. 1차 합의안 철회는 시행착오였다고 치더라도 2차 합의안은 원내대표 자리를 걸고 배수의 진을 쳐야 했다. “당의 생존을 위해 마지노선을 지켜야 한다”고 선언해야 했다. 강단이 없으면 지도자가 될 수 없다.

백영철 논설위원
“국민이 아니라고 말하면 국민의 뜻을 받드는 것이 민주적인 지도력이다.” 한 중진이 외곽에서 박영선을 흔들 때 이렇게 맞받아야 했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난파선을 목적지까지 무사히 끌고 가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정치의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우리는 다수의 국민을 보고 가야 한다.” 지도자가 되려면 확고한 신념이 있어야 한다. 박영선은 무엇 하나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지도자는 위기 국면에서 빛이 난다. 이순신 장군은 사즉생 각오로 싸워 성웅이 됐다.

아무나 박근혜 대통령처럼 될 수도 없다. 설득력과 정치적 힘 없인 출중한 위기관리 능력을 입증하기 어렵다. 야당의 박근혜는 한여름 더위에 천막당사를 치고 국민을 설득했다. 지난 총선에서 여당의 박근혜는 미래권력이라는 강력한 힘으로 당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박영선은 두 개 중 어느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다. 대선후보급도 아닌 데다 글이나 혀든, 세력이든 당을 휘어잡을 무기도 없다. 힘과 설득력이 없으니 애초부터 비대위원장은 몸에 안 맞는 옷이었던 것이다.

박영선은 사실상 해고를 당했다. 당내 의원에게서 불신임을 당했고 유가족에게도 버림을 받았다. 그것도 압도적인 표차로. 계속 설득한다지만 허사일 공산이 크다. 누굴 탓할 수도 없다. “재협상은 없다”고 선을 그어 자청해서 진퇴양난 처지에 뛰어든 셈이 됐다. 불신임을 당한 박영선 체제로는 난파선을 구할 수 없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원포인트 릴리스 투수로는 현재의 제1 야당을 구원할 수 없다는 사실은 더욱 분명해졌다.

문재인 의원은 당내 친노(친노무현)계 좌장이다. 문 의원은 2차 합의안이 나오는 날 ‘유민 아빠’와 동조 단식에 들어갔다. 박영선이 설득하는 자리에 “유가족의 극한적인 아픔을 보듬어야 한다”며 문 의원이 앉아 있었다. 이 그룹의 강경파가 박영선을 세게 흔들었다. 문 의원과 친노계가 박영선을 비토한 것이다. 흔든 이유가 있을 것이다.

박영선 체제로는 당의 위기수습이 어렵다고 봤다면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강력한 강속구 투수를 등판시키든지 아니면 본인이 직접 나서야 한다. 세력 분포나 국민 지지도에서 구원투수로 현재 문 의원만한 사람이 없다. 전 대표 손학규가 국민적 울림이 크지만 토굴에서 칩거 중이니 등판하기 어렵다. 문재인은 광화문에서 당사로 걸어 들어가 어리석은 치킨게임부터 당장 중단시켜야 한다. 제1 야당이 파산하면 나라 꼴이 한심해지니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백영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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