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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고발자는 배신자"…양심에 재갈 물리는 軍

입력 : 2014-08-21 18:59:54 수정 : 2014-08-21 20:4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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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면 군생활 끝, 하고 싶어도 못해”
“병이든, 간부든 군에서 내부 고발은 배신자 취급을 받죠. 보안을 이유로 이를 원천봉쇄하는 제도도 문제고요.”

군 내에서 가혹행위가 반복되고 각종 비리가 은폐·고착화하는 원인 중 하나로 내부 고발이 제한되는 군의 현실이 지적되고 있다. ‘내부 고발자는 배신자’라는 부정적 인식과 군대 보안을 위해 만들어진 현행 제도가 내부 고발을 어렵게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을 폭로했던 군인권센터는 지난 19일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장남 남모(23) 상병의 후임병 폭행 및 강제 추행에 대해 군 당국이 사건을 은폐·축소한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근거는 제보받은 육군 6사단 헌병대 수사속보였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수사속보 제보자는 신원을 숨기기 위해 메일 하나만 보낸 뒤 메일 계정을 삭제했다”며 “현역 군 간부인 것만 알고 있는데 브리핑이 끝나면 군 내부적으로 색출하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보자가 군을 믿을 수 없어 제보를 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실제로 군에서 내부 고발은 쉽지 않다. ‘군복 벗을 각오’를 해야 한다. 군의 한 소식통은 “군에서 내부 고발을 하면 고발 내용의 해결보다는 고발자 색출을 우선시하기도 한다”며 “이런 분위기에서 내부 고발을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군의 한 관계자는 “내부 고발자는 대부분 걸리게 돼 있다”며 “그럴 경우 진급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고 귀띔했다. 일선 부대의 한 영관급 장교는 “상명하복의 군 특성상 내부 고발은 상관을 배신하는 행위로 여겨질 수 있다”고 밝혔다.

병사들의 ‘소원수리’ 역시 일종의 내부 고발이지만 병들은 제도 자체를 신뢰하지 않는다. 비밀 보장이 되지 않아 보복당하기 쉽고, 군이 제대로 조치하는 경우도 드물기 때문이다. 군은 소원수리 제도 외에 국방헬프콜 전화, 군 감찰실 등 내부 신고 채널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자주 거론된다.

군 규정상의 구조적 문제도 있다. 군인복무규율 25조 4항은 ‘군인은 복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진정·집단서명 기타 법령이 정하지 아니한 방법을 통하여 군 외부에 그 해결을 요청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군 보안을 염두에 둔 규정이지만, ‘복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외부에 도움을 구할 여지를 봉쇄하고 있다.

군 전문가들은 군의 내부 고발을 독려하려면 비밀 유지와 책임자 처벌을 강화하고, 전문 외부기관에 군을 점차 개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 2분과위원장인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사건·사고 은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며 “내부 고발이 공익 차원에서 꼭 필요하다는 ‘명예심’을 심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내부 고발자를 ‘해야 할 일을 한 사람’으로 인정해주는 분위기를 조성하려면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문무철 국민권익위 조사관은 “전문적인 권한과 집행력을 가진 외부기관이 군을 상시로 감시해야 한다”며 “꾸준한 교육과 훈련을 통해 인권에 대한 장병들의 인식과 문화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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