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령 문양 정교·독특 ‘국보급’ 문화재청과 서울문화유산연구원은 21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2012년 도봉서원터에서 발굴된 뒤 보존처리를 거친 금동제의 금강령(金剛鈴·금강저의 한쪽 끝에 달린 방울), 금강저(金剛杵·불교의식에서 마음의 번뇌를 분쇄하는 보리심의 상징적 의미를 지닌 불교용구) 등 불교용구 77점을 공개했다. 유물 중 금강령은 문양이 정교할 뿐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처음 확인되는 문양을 갖고 있어 국보급으로 평가된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금강령에는 오대명왕상(五大明王像·부처의 가르침과 명령을 받아 악마를 굴복시킨다는 밀교의 신)과 사천왕상이 상하로 함께 배치되어 있는데 이런 문양은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에서 보이지 않는 것이다.
2012년 도봉서원 터에서 발굴된 뒤 보존처리를 거쳐 21일 공개된 금강령(왼쪽)과 금강저. 이 중 금강령은 세공이 정교할 뿐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처음 확인되는 오대명왕상과 사천왕상이 함께 배치돼 있는 문양으로 국보급으로 평가된다. 허정호 기자 |
유물이 발견된 도봉서원은 1537년 조광조를 추존하기 위해 이전 영국사(寧國寺)의 일부 건물, 기단을 재활용해 창건됐다. 유물은 도봉서원이 건축되기 이전 영국사 건물이 조성될 당시 묻었던 것으로 보인다. 유물 중 일부에 ‘도봉사’라는 글자가 확인돼 고려시대에 이미 존재가 확인되는 인근의 도봉사(道峯寺)라는 사찰과의 연관성을 짐작할 수도 있다.
주 박사는 “일부 유물에서는 8∼9세기 이른 시기 특징을 보이는 것도 있어 공양구 대부분은 11세기 이전 작품으로 봐야 할 것 같다”며 “공양품을 담은 청동솥은 거적 같은 데다가 싼 흔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일부러 묻은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