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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현칼럼] 제1 야당의 이념적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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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8-24 21:30:12 수정 : 2014-08-24 21:3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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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을 획일적 이념으로 분류 어려워
野, 중용적 가치 담은 정책 확대 바람직
경쟁의 원리란 비단 시장경제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라고 하는 정치사회에도 없어서는 안 되는 필요 요건이다. 민주정치에서는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한다고 하나 건전한 야당의 비판과 견제가 없으면 곧 일당 독재로 쉽게 타락할 수 있기에 경쟁력 있는 야당의 존재는 필수 불가결하다. 그러나 한국갤럽이 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당지지도에서 새누리당은 45%인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21%로 나타나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거듭되는 선거실패 원인과 진로를 놓고 당 안에서보다 당 밖 논객의 논쟁이 더 뜨거운 것은 어찌보면 이상할 것이 없다. 지난 7·30 재보궐선거에서 보면 2년 전 총선에서 진보정당과의 연대로 참패를 경험한 새정치연합이 비교적 온건한 정의당과의 연대마저 거절하다가 막판 개별 후보 간 단일화를 묵인했음에도 거의 참패했다.

선거가 패배로 끝나자 새정치연합은 박영선 원내대표에게 비대위원장 격인 국민공감혁신위원장직을 떠넘기듯 맡기고 내년 초 정기전당대회까지 간다는 방침인 듯하다. 반면 당 안팎의 많은 논객은 새정치연합의 향후 진로에 대한 조언에 분주하다. 혹자는 당의 정체성이 불분명해 지난 세 번의 선거에서 패했다며 지금부터라도 노선이 분명해야 한다고 충고하는가 하면, 다른 측은 한걸음 더 나아가 그 노선은 진보정당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우리는 많은 나라에서 여러 종류의 정당이 생겨나고 또 사라져간 것을 봐 왔다. 정당이란 어떤 이념을 중심으로 모여든 사람의 집단이라고 할 때 역사는 이러한 정치집단이 스스로 변하고 성장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오늘날과 같은 탈이념의 시대에서 지나치게 이념을 중요하게 내세우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왜냐하면 그때그때의 이슈에 따라 같은 사람이 서로 다른 이념을 선호하기 때문에 어떤 사람을 고정적인 이념의 틀로 분류하려는 시도는 매우 위험하다. 비근한 예로 인권문제에서 매우 진보적인 사람이 재정문제에서는 퍽 보수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조창현 한양대 석좌교수·(사)정부혁신연구소 이사장
그것만이 아니다. 정당을 획일적인 이념으로 분류하는 일이 더욱 어려운 것은 정당과 역사와의 관계 때문이다. 대부분은 설혹 자기가 속한 정당의 정책이나 인사에 불만이 있더라도 대대로 지지해온 정당을 이념 때문에 버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많은 나라 정당의 정체성은 체계적이고 획일적이며 이념적으로 분류할 수 있는 집단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하다. 미국의 공화당이나 민주당이 모두 보수적 정당이면서도 민주당이 더 진보적인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역사적으로는 남쪽에 막강한 기반을 둔 민주당이 오히려 북쪽의 공화당보다 더 보수적일 때가 많았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자민당이 보수적이라고 해서 민주당을 진보정당이라고는 할 수 없다. 민주당은 자민당 안에서 덜 보수적이며, 더 중도적인 인사가 뛰쳐나와 구성한 정당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사실 지금의 민주당은 원래 보수정당인 한국민주당으로 시작된 정당이다. 한국민주당은 1948년 이승만을 도와 정부를 수립했으나 발췌개헌, 사사오입개헌 등 거듭되는 독재적 행보에 실망한 나머지 1955년 당시의 원내 범야 세력을 규합해 제1 야당인 민주당으로 발전했다.

민주당은 제3·4·5·6공화국 동안에는 제1 야당으로 건재했으나 87년 양 김씨(김영삼·김대중)의 대선후보 단일화 실패로 통일민주당과 평화민주당으로 분당하게 됐다. 그 결과 통일민주당은 오늘의 새누리당, 평화민주당은 새정치연합의 모체가 된 것은 우리가 다 잘 아는 사실이다. 그러기에 새정치연합의 정체성은 그동안 꾸준히 진보적 정책과 인사들의 영입에도 불구하고 결코 진보정당은 아니다.

따라서 새정치연합이 진정 경쟁력을 갖춰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정당이 되기를 원한다면 그동안 잃어버린 많은 중도 보수 지지층을 다시 끌어들여야 한다. 그중 현 정권의 인사와 정책에 실망한 인사를 영입하고 지나치게 보수적인 정강정책 중에서 좀 더 중용적 가치를 담은 정책을 더 확대해 가는 것이 옳지 않은가 생각된다.

조창현 한양대 석좌교수·(사)정부혁신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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