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한국 금관악기 연주 그래도 미래는 밝다”

입력 : 2014-08-25 21:26:33 수정 : 2014-08-25 21:26:3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대한민국 국제관악제 정병우 사무국장 국내 오케스트라 공연이 끝나면 “역시 금관이…” 하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소리가 들리곤 한다. 지휘자 정명훈은 국내 악단의 금관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을 오랜 과제로 꼽았다. ‘다른 악기보다 부족한 금관 소리’는 클래식 음악계에 일종의 낙인처럼 찍혀 있다. 관악계에는 달갑지 않은 현실이다. 내달 12일 열리는 제5회 대한민국 국제관악제의 정병우 사무국장은 “관악 역사에서 암흑기가 있었다”며 “관악제를 통해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려 한다”고 말했다.

“현재 중견 연주자의 상당수는 중·고등학교 때 금관악기를 시작했어요. 보통 초등학교 때부터 배우는 현악·목관과 비교하면 한참 늦죠. 그만큼 악기를 만진 세월이 적을 수밖에 없고, 30대 후반, 40대가 돼야 안정된 소리를 낼 수 있어요.”

대한민국 국제관악제 정병우 사무국장은 “우리 축제에서 세계적 연주를 들으면 ‘관악기에 이런 맛이 있구나’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원 기자
22일 서울 강남구 국제관악제 사무국에서 만난 정 사무국장은 금관 연주에 아쉬운 반응이 나오는 데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금관악기를 배우는 시기가 늦어진 데는 안타까운 현실이 있다. 과거 바이올린이나 플루트·클라리넷 같은 악기는 ‘부유층이 많이 배우는 악기’로 인식됐다. 실제 악기 가격도 차이 났다. 정 사무국장은 “상급 트럼펫은 300만∼400만원이면 마련하지만, 바순·오보에 등은 몇 천만원, 많게는 1억원씩 줘야 살 수 있다”며 “집안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고등학생이 돼서 차마 음악을 포기하지 못해 금관을 선택하는 일이 많았다”고 밝혔다.

고등학생 때 금관 전공을 결심하니 유수한 국제콩쿠르에 도전하기는 어려웠다. 피아노·바이올린·첼로 등에서 국제콩쿠르 수상자가 배출되고 스타로 올라서는 동안, 금관악기 계열은 잠잠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유독 국내에서만 트럼펫, 트럼본, 색소폰에 ‘딴따라 악기’라는 오해가 따라붙는다. 교향악단부터 재즈밴드까지 활용폭이 넓다 보니 원치 않게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정 사무국장은 “관악기에 대한 선입견이 가장 문제인 것 같다”며 “관악 전문 오케스트라가 많이 생겨나야 인식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프로 윈드 오케스트라로는 제주 서귀포관악단이 유일하다. 그는 “윈드 오케스트라가 없으니 관악 인구가 적고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 사무국장은 “금관악기가 열세인 근본 이유는 역사적 배경에 있다”고 말한다. 국내에 관악기가 전해진 건 1901년. 독일인 프란츠 폰 에케르트가 소개했다. 국내 첫 양악대인 이왕직양악대도 만들어졌으나 일제강점기에 해체된다. 이후 피아노·현악기가 발전하는 동안 관악기는 암흑기를 겪었다. 관악대가 차츰 일반화된 건 1946년 육군관악대가 만들어지면서부터다. 과거의 어려움에도 정 사무국장은 금관악기의 미래를 밝게 본다.

“요즘은 관악기 조기 교육을 많이 하고 있어요. 초등학교에도 관악밴드가 많아졌고요. 우리 세대만 해도 트럼펫을 전공하지 않은 선생님에게 악기를 배웠는데 이제는 트럼펫 전공생이 조기 레슨 선생님으로 일하죠. 유학 인구도 엄청 늘었고요. 그러니 10∼20년 후 관악의 미래는 밝습니다.”

그는 “국제관악제는 관악에 대한 선입견을 없앨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7일간 진행되는 이번 축제에는 피바디 음대 교수이자 세계적 트럼펫 연주자인 조 벅스텔러, 최고 수준의 브라스 앙상블인 저먼브라스, 부다페스트 색소폰 콰르텟이 금빛 연주를 들려준다. 국내 악단과 동호인들도 모두 모여 축제 한마당을 벌인다.

“뛰어난 지휘자가 이끄는 좋은 관악밴드의 연주를 들으면 관악기가 얼마나 고급스럽고 화려하고 웅장한지 느끼실 겁니다. 관악기는 바이올린·비올라 같은 악기보다 음색이 다양해요. 이동하면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동적인 연주도 가능하죠. 다른 악기보다 다이내믹한 것이 장점이에요. 한번 와보시면 매력에 푹 빠지실 겁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