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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오의디지털세상] 인터넷 세상에서의 중2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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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8-25 21:49:02 수정 : 2014-08-25 21:5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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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병은 중학교 2학년 또래의 청소년이 겪는 혼란과 불만에 가득한 심리적 상태와 그로 인해서 반항적 행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 병에 걸린 청소년들은 무엇이든지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으며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정상에서 벗어난 일탈행동을 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기도 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주 초·중·고교 4만여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초·중·고 학생 인성 수준 조사 및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은 인성 덕목 10가지 가운데 ‘성실’과 ‘자기조절’에서 점수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학생은 초등학생이나 고등학생보다 더욱 낮은 점수를 기록하여 중2병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경오 선문대교수·컴퓨터공학
자기조절은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능력을 의미하며 이것이 부족하면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할 수 없어 쉽게 화를 내고 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나라의 학교 폭력이 중학교에서 심각하게 나타나는 것은 이 자기조절 능력이 부족한 중2병 학생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일 수 있다. 인터넷은 자기조절 능력이 더욱 필요한 공간이다. 익명성이라는 무기까지 가진 중학생들은 다른 사람의 눈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폭력성을 표출하는 사이버 무법자가 된다. 상대방이 내 눈앞에 있는 상황이라면 하기 힘든 폭언과 욕설을 쉽게 할 수도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폭력적 성향은 인터넷 윤리의식이 성숙하지 않은 중학생에게 과격함을 더하고 당하는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최근 버스나 지하철에서 중학생 또래 학생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욕설이 들어가지 않은 문장을 찾기가 힘들 정도다. 1970년대나 8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지금은 그 정도가 너무나 심해진 것을 느낄 수 있다. 겉으로 보면 불량해보이지도 않고 정상적인 모범생처럼 생겼지만 휴대전화 통화를 들어보면 거친 욕설을 아무렇지 않게 주고받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욕설을 함으로써 무리에서의 동질감을 느끼며 자신이 멋지게 보인다는 착각에 빠지는데 이는 중2병의 대표적 증상이라 할 수 있다.

90년대 중반 인터넷이 빠르게 대중에게 보급되면서 우리는 편리하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고 즐길 거리도 풍부해졌지만 이와 함께 꼭 수반되어야 할 윤리적 소양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무관심했다. 지금이라도 어린 학생들을 위한 윤리의식을 적극적으로 키워나가야 한다. 욕설에 대한 무감각함을 일깨워주고 무엇이 바른 것이고 무엇이 그른 것인가에 대한 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시해야 할 때이다. 욕설은 자신을 멋지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더럽히고 품격을 떨어뜨리는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이러한 교육은 초등학교 아니 더 일찍 유치원에서부터 실시되어야 하며 가정에서도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으로 아이들을 살펴보고 지도하여 바른 윤리의식을 가지고 인터넷 공간에서도 예의를 갖추고 행동하는 사람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경오 선문대교수·컴퓨터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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