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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단맛에 취해 불신지옥에 빠진 檢
과분한 권한 나눠 칼 제대로 쓰이게
그들이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이쯤에서 접어야 할 것 같다. 그럴 의지도 능력도 없어 보인다. 불치병에 걸려 갈수록 일그러지고 뒤틀려 본디 모습을 잃어가는 괴물 형상을 하고 있다. 정치 편향적이고 부패하다 못해 이제는 비도덕적이기까지 하다. 조직 수장의 결단과 희생, 구성원들의 자성과 자정 노력을 통해 변화와 쇄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이 없지 않았다. 이제는 그런 미련마저 주저없이 버려야겠다. 그들이 달라지기를 바라는 것은 고목나무에서 꽃이 피는 기적을 바라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다.

김기홍 수석논설위원
하루가 멀다 하고 추문이 터진다. 벤츠 검사, 해결사 검사, 성접대 검사, 바바리맨 검사…. 더 심각한 것은 습관적으로 되풀이되는 거짓말과 제 식구 감싸기 행태다. 단호하고 의연한 태도로 결백을 주장하던 당당함이 거짓과 기만이었음이 드러나면서 그나마 남아 있던 신뢰마저 송두리째 거둬들이게 하고 있다. 공연음란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은 음란행위 의혹이 제기되자 기자회견을 열어 “황당하고 어이없는 봉변을 당해 저와 저의 가족은 죽음과도 같은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혼외자식 의혹에 휘말려 물러나면서 아내와 아이들까지 앞세워 가며 “최고의 가장은 아니었지만 부끄럽지 않은 남편과 아빠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지검장이 사표를 내자 법무부가 기다렸다는 듯이 사표를 수리했다. 김 전 지검장은 퇴직금이나 변호사 개업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아도 되게 됐다. 범죄 혐의로 조사받고 있는 공직자는 사표를 수리할 수 없도록 한 대통령 훈령도 무시했다. 법무부는 개인 비위 행위이고 약식기소가 가능한 경범죄에 속하는 만큼 중징계 사안이 아니어서 사표 수리에 문제가 없다고 우긴다. 같은 검찰 식구가 “당당한 검찰입니까, 뻔뻔한 검찰입니까. 법무부(法務部)입니까, 법무부(法無部)입니까”라고 조롱했다. 별장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차관도 무혐의 처분으로 면죄부를 받았으니 法無部가 맞는 것 같다.

언제부턴가 국회의원 배지는 검사들이 떼어놓은 당상이 됐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한편을 검찰 출신들이 대를 이어가며 차지한 채 희희낙락하고 있다. 19대 국회에도 검사 출신 의원들이 13명이나 있다. 아주 자주 정쟁의 선봉에 서서 종횡무진 활약하면서 검피아의 든든한 울타리 노릇을 하고 있다. 친정을 보호한답시고 검찰개혁안을 누더기로 만들기 일쑤다. 몇몇은 옷을 벗었다 입었다를 반복하며 청와대를 들락거린다. 사법고시를 패스한 그 좋은 머리 갖고 정치권을 끊임없이 기웃거리며 기꺼이 정권과 권력의 수족 노릇 하기를 마다하지 않는 이들도 적지 않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 검찰청법 조문에서나 볼 수 있는 미사여구일 뿐이다.

그들의 불행은 그들이 쥐고 있는 막강한 힘에서 비롯됐다.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한 채 무소불위의 칼춤을 췄다. 권력의 단맛에 취해 함부로 칼을 휘두르다 칼끝이 자신의 목을 향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선거철마다 여야가 검찰 개혁안을 들고 나오고 거악 척결의 상징이었던 대검 중수부가 해체된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얼굴도 못 들게 만든 제주지검장 사건을 수습한답시고 또 한 차례 야단법석을 떨겠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십중팔구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들은 스스로 개혁할 능력이 없다.

회복불능의 불신 검찰로 전락한 것은 자업자득이다. 칼이 한 짓은 칼이 아니라 칼을 쓰는 사람의 책임이다. 그들은 추상 같은 위엄을 지닌 칼을 쓸 자격도 능력도 잃었다. 죄를 판단하고 처벌하는 일을 자격 미달의 기관에게 맡기는 것은 법치를 위협하는 것이다. 감당하지 못할 과분한 권한이라면 나누고 쪼개서라도 칼이 본래 용도대로 제대로 쓰이게 하는 것이 옳다.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일, 사회질서를 확립하는 일, 부패를 척결하는 일은 검찰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김기홍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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