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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小鹿島)는 한센인들이 모여 살면서 유명해진 곳이다. 그곳은 이제 방치된 섬이 아니다. 더 이상 외딴 섬도 아니다. 육지와 섬을 잇는 거금대교가 세워져서가 아니라 소설 ‘당신들의 천국’에서 나오는 ‘작은 천사들’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생전에 한센병을 앓은 한하운 시인의 보리피리는 한센인의 삶 그 자체다. “보리피리 불며 봄언덕 고향 그리워 피ㄹ닐니리/ 보리피리 불며 꽃 청산 어린 때 그리워 피ㄹ닐니리/ 보리피리 불며 인환의 거리 인간사 그리워 피ㄹ닐니리/ 보리피리 불며 방랑의 기산하 눈물의 언덕을 지나 피ㄹ닐니리.”

‘작은 사슴의 섬’이란 정감어린 이름과는 달리 소록도는 눈물과 한이 서린 곳이다. 아름다운 섬 소록도에 한센인들의 병원이 들어선 것은 1916년이었다. 일제는 한센인을 철저히 격리했다. 한센인을 이곳으로 강제 이주시키고, 병원을 세웠다. 가족과 생이별을 한 한센인은 이곳에서 눈물의 한평생을 보내야 했다.

그런 곳에 자신의 모든 삶을 던지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당신들의 천국’에 나오는 모델들의 얘기는 실제 상황이다. 일본인이면서 환자들을 보살펴온 하나이 원장과 조창원씨, 환자들의 손발톱을 깎아주던 신정식씨가 그들이다. 소설이 새로 쓰인다면 한 사람이 추가돼야 할 듯하다.

소록도의 여건상 치과 의사이면서도 내과, 외과 진료까지 해온 오동찬(47)씨. 그는 지방 모대학 시절 보이스카우트 도우미로 이곳을 방문한 게 계기가 돼 스물여섯살의 나이에 국립소록도병원 공중보건의사로 자원해 지금껏 한센인들과 함께하고 있다.

오씨는 ‘작은 천사’로 불린다. 그에게 붙여진 별명은 그냥 붙여진 게 아니다. 그는 진료를 마치면 한센인 550여명의 집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뭉크러진 손, 일그러진 얼굴을 비비고, 쓰다듬고, 포옹하면서 ‘가족’과 ‘친구’가 돼주었기 때문이다. 오씨는 이런 활동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오늘 헌신적인 의료봉사를 한 사람에게 주는 ‘성천상’을 받는다고 한다.

‘가도 가도 황톳길/ 숨막히는 더위뿐이더라/ 버드나무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개 없어졌네/ 앞으로 남은 두개의 발가락이 잘릴 때까지/ 가도 가도 천리길, 먼 전라도길.’ 한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소록도로 가는 길’이 험난해도 오늘만큼은 이곳에 웃음꽃이 활짝 필 모양이다. 소록도의 희망가를 부르면서….

옥영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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