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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에 손가락질만 말고 환골탈태 할 수 있게 도와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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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8-26 20:40:12 수정 : 2014-09-17 00: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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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초대석] ‘병영폭력 진단’ 황진하 국회 국방위원장
19대 국회 후반기 국방위원장에 선출된 새누리당 황진하 의원(3선·경기 파주을)은 39년간 군문에 몸을 담았다. 최근 잇따른 병영 사건, 사고 소식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다. 그는 병영문화 개선을 위한 해법과 관련, “결국은 사람”이라고 진단했다. 군 혼자만의 힘으로는 안 되며 사회 각계각층의 힘이 모여야 병영 내 악·폐습을 도려낼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사건 등을 계기로 군 개혁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로 찾아가 황 위원장에게 우리 군이 나아갈 길을 물었다.


―최근 군에서 일어난 각종 사건·사고에 대해 국민의 염려가 크다.

“군이 가혹행위 등 악습과 악폐로 국민께 염려를 끼쳐 드려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그동안 군 자체적으로 가혹행위 근절 등 병영문화 개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군이 사회적 변화를 충분히 수용하지 못한 점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한반도 분단 상황이라는 안보 불안 요소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중요한 과업이 있지만 인권이 보장된 군 병영문화 정착은 그 어떤 이유로도 늦출 수 없는 사안이다.”

그러면서 그는 “(22사단 총기 난사사건이나 28사단 윤 일병 집단폭행 사망사건은) 군에서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당연히 군이 1차적인 책임을 져야지만 우리 사회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은 별동부대가 아니다. 그 사람들(군인들)도 국민이다. 우리 국민이 ‘네가 잘못해서 이런 것’이라고 손가락질만 할 게 아니라 부모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 정부는 정부대로 골치 아픈 일이라고만 생각하면 이 문제를 풀 수 없다. 군이 잘못한 건 맞지만 군인들이 환골탈태할 수 있도록 애정을 갖고 도와주는 것도 필요하다.”

―초급장교의 자질 부족이나 가해 병사나 관련 지휘관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똑똑한 소대장이 부사관을 이끌고 부사관은 병사들을 애정을 갖고 다독이면 소대나 중대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다. 초급장교와 병사 간에 스킨십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병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의 90∼95%는 해결될 것이다. 가령 학군장교(ROTC)의 경우 사회 경기가 안 좋으면 우수한 자원이 군에 많이 남는다. 반대로 취직이 잘 되면 역량 있는 장교 상당수가 군을 떠난다. 병사들도 이걸 모를 리 없다. 이런 현상이 두드러질수록 초급장교 자질론이 거론되고 병사들의 충성심 약화로 이어진다.”

그는 초급장교들에게 변화된 시대에 맞는 리더십 발휘도 주문했다. “지금은 6·25전쟁 때처럼 지휘관이 무조건 나를 따르라고 명령해서 움직이는 군대가 아니다. 내가 너희와 같이 전투를 해야 이긴다는 생각을 갖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길 수가 없다. 나는 나의 역할, 너는 너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자세로 서로 부둥켜안고 진흙탕을 함께 뒹굴어야 병사들이 따라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병영 사건, 사고 때마다 등장한 보호관심병사 해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정신질환자의 입영은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 하지만 정신질환의 특성상 100% 객관적 진단이 어렵기 때문에 입영 이전에는 큰 문제가 없더라도 입영 이후 질환이 악화하는 경우를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군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관심과 관리만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입영 대상자의 사회적 경력이나 배경 등으로 검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관심병사들을 무조건 형편없는 애들이라고 몰아세우면 절대 안 된다는 점이다. 군이 끌어안아야 할 국민이다.”

―관심병사를 걸러내기 위한 방편으로 현행 징병제를 모병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현재 사병 규모는 45만2000명에 달한다. 병영 내 잇단 사고로 모병제 실시 논의가 있지만 분단 상황에서 섣부른 모병제 추진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지금도 모병과 같은 성격의 병역제도가 일부 시행되고 있다. 해·공군이 그렇다. 육군도 일부 특기에 대해서는 모병의 성격이 강하다. 모병제는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라기보다는 ‘양질의 병력을 뽑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로 보는 시각이 맞다. 모병제 검토 과정에서는 좀 더 현실적인 대안 모색이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면 현재 시행 중인 모집병제도를 확대 실시해서 근무지 성격에 따라 복무기간을 차등적용하는 식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는 모병제의 가장 큰 딜레마로 지원율을 꼽았다. “모병제로 충원하려는 분야와 직위에 충분한 자질을 지닌 자원이 지원할 것인지를 장담할 수 없다. 군에서 요구되는 능력의 자원을 뽑으려면 그만한 혜택이나 인센티브를 줘야 하는데 이게 일반 기업체에 비해 상대가 안 된다. 대우가 안 좋은데 누가 지원하겠나. 대만도 그래서 실패했다. 모병제 도입을 쉽게 거론할 수 없는 이유다.”

―22사단 총기 난사사건과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사건 처리 과정에서 군 내부의 축소·은폐 의혹이 불거졌다.

“축소·은폐는 지휘관 입장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개인 신상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생긴다. 또 원칙에 따라 보고·신고를 했을 때 돌아올 불이익을 떠올리는 경우도 있다. 현행 군 사법체계로는 군사법원 관할관인 부대 지휘관이 심판관과 군판사(법무관)임명권, 형량 감경권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수사조직인 헌병부대도 지휘하고 있어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다. 군 인권 개선을 위한 방편으로 군 사법체계 개편이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솔직히 지휘관을 하다 보면 병사를 영창에 보내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러다 보니 지휘관 감경권이 온정주의로 흐른다는 비판을 받았다. 사건마다 지휘관이 누구냐에 따라 상이한 판단이 내려지는 이유다. 분명하게 조사하고 처벌하면서 원칙을 잡아야지 융통성이 많아지면 병폐가 오고 투명성에 문제가 생긴다.”

―윤 일병 사망사건 등을 계기로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구성돼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병영문화 혁신을 위해선 군 전반을 해부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방식과 노력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국방부뿐만 아니라 범정부적 차원의 노력이 집중돼야 한다. 한반도 안보상황, 군의 폐쇄적 문화 등 여러 요인 때문에 군은 구조적, 생리적으로 변화에 소극적인 조직이다. 혁신은 모두가 함께할 때 가능하다.”

―전방 GOP(일반전초) 철책의 제초작업이나 제설작업처럼 정말 병사들이 힘들고 고통받는 부분을 바꿔준다면 어떨까.

“옛날 병사들은 농촌을 경험한 경우가 많아서 낫과 삽 한 자루씩만 쥐여줘도 잡초를 베고 눈을 치우는 걸 큰 불평 없이 잘했다. 하지만 지금 젊은이들은 그때와 성장환경이 천양지차다. 바뀐 만큼 다르게 대우해줄 필요가 있다. 과거 방식으로 해오던 것을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옛날 군생활만 기억하는 지휘관은 ‘원래 군대가 그런 건데 제초·제설작업 아웃소싱하면 그 많은 돈은 어떻게 감당할 거냐. 또 보안문제는 네가 책임질래’ 이런 식으로 반대한다. 이러면 답이 없다. 애정을 갖고 들여다본다는 것은 그런 부분을 말한 거다. 작업마다 할당량이 있으니까 그걸 채우지 못하면 가혹행위의 빌미가 되기도 한다. 군이 이런 것을 국민에게 다 얘기하지 않는다.”

―북한이 올 들어 각종 발사체를 잇달아 쏘고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사격훈련 등을 지속하고 있다. 그 의도가 무엇이라고 보나.

“북한은 전략적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도발 행위를 단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다. 우리가 북한의 도발 의도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지만 도발을 효과적으로 억제하지는 못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국제사회의 선언적 지지는 높은 반면, 각국이 가지고 있는 전략적 판단의 차이로 일치된 실천과 행동이 부족해 보인다. 바로 이러한 상황을 북한은 지속적으로 악용하고 있다. 우리가 북한의 변화를 이끌기보다는 오히려 북한의 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끌려가는 꼴이다. 이러한 대치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앞으로도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데 한계를 보일 것이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로 한미연합사 존치 문제를 비롯해 한·미 동맹이 헤쳐나가야 할 현안이 적지 않은데.

“용산기지의 평택 이전 이후 한미연합사를 서울에 남겨두는 방안이 최근 거론되고 있다. 한반도 위기 발생 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한미연합사가 물리적으로 국방부, 합참과 떨어져 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전략, 전술 차원의 위험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양국 정부가 2016년까지 용산기지의 평택 이전을 합의한 상황에서 한미연합사가 현재 위치에 잔류하게 된다면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국방부와 정부가 신중하게 처리해야 할 문제다. 자칫 정치적인 이슈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라크 사태와 관련해 미국이 또다시 전투병 파병을 요청한다면.

“우리는 현재 전쟁 경험이 없는 군대다. 전투력이 강한 군대를 위해선 내 아들을 전쟁터에 기꺼이 보내겠다는 국민적 성원이 있어야 한다. 평상시에는 굉장히 용감하고 담대한 것 같아도 전쟁터에서 경험해 보지 않으면 그것을 장담할 수 없다.”

대담=박병진 군사전문기자, 정리=김선영, 사진=이제원 기자 007@segye.com

◆ 황진하 의원은… ▲경기도 파주(68) ▲파주 문산고 ▲육사 25기 ▲5군단 포병여단 단장 ▲주미한국대사관 국방무관(육군 소장) ▲유엔키프로스평화유지군 사령관(육군 중장, 한국인 최초) ▲17∼19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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