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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계의 열린 경계, 인간사의 닫힌 경계, 소리·글자로 형상화”

입력 : 2014-08-26 20:53:43 수정 : 2014-08-26 20:5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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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엠지 프로젝트’ 참여 설치미술가 최재은 1970년대 중반 일본으로 건너가 활동하다가 2010년부터 근거지를 독일로 옮겨 작업하고 있는 설치미술 작가 최재은(61·사진). 그가 오는 31일부터 강원 철원 비무장지대(DMZ)에서 열리는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Real DMZ Project)에 참여한다. 2012년부터 철원 DMZ 접경 지역의 안보관광 코스를 중심으로 시작한 프로젝트로, 철원평화전망대·월정리역·DMZ평화문화광장 등 민간인통제선 내 장소를 포함해 DMZ 접경지역에서 지역민의 삶과 동시대 예술이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살펴보는 전시다.

그는 ‘경계’를 테마로 한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열린 경계’와 인간사의 ‘닫힌 경계’를 사운드와 텍스트를 통해 비교하는 작업이다. 월정리역 내 3개 방에 작품이 설치됐다.

“우리 문제를 그동안 왜 이렇게 멀리해 왔나 후회스럽다. DMZ 프로젝트도 진작 시작됐어야 했고, 사실 더 확대돼야 한다.”

그는 체코 국립프라하미술관 내 성 아그네스 수도원에서 개인전(9월 21일까지)도 열고 있다. 시간이 주제다. 꽃이 말라 죽으면 새 꽃을 꽂고 그 꽃이 시들면 다시 새 꽃을 꽂기를 반복한 사진 연작은 선보이고 있다. 피어나려는 꽃과 이미 활짝 핀 꽃, 그리고 말라 비틀어진 꽃들이 한 화병에 담겨 있다.

“삶과 죽음이 동시에 존재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시간의 문제를 다룬 개념적 사진이다.”

그는 20년 전부터 아프리카 케냐, 한국의 경주 등지에서 여러 겹의 종이를 땅속에 묻는 지중(地中) 설치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종이를 다시 꺼내 그 위에 생성된 얼룩과 이미지를 끊임없이 순환하는 시간의 기록으로 보여주는 작업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6년 전 수도원 뒤뜰에 묻어 놨던 한 묶음의 종이를 다시 꺼내 기록한 영상 작업, 오래된 책에서 뜯어낸 종이를 모아 시간의 흐름을 가시화한 대규모 설치 작업도 선보인다.

그는 갈피를 잡지 못하는 요즘 우리 사회에 대해서도 언급을 했다. 시간성을 깊이 다루면 치유될 수 있다고 했다.

“한국 사회는 역동적이고 변화가 빠르다 보니 구조적으로 번뇌와 마찰 등을 순탄하게 풀 수가 없다. 그런 부분을 인식하고 현실을 자각해야 사회가 안정될 수 있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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