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내 합리적 성향의 의원 15명은 성명을 내고 “정국을 풀어가야 할 주체로서 단식과 장외투쟁, 이제 이것만은 안 된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장외투쟁은 의회민주주의 포기로 기록될 것이며 우리와 국민 사이는 더욱 멀어질 것”이라는 고언도 했다. 구구절절이 옳은 말이다.
정치가 병들면 경제 파국을 몰고오는 것은 시간문제다. 경제부총리는 “경제의 맥박이 약해지고 있다”고 그제 호소했다. 다소 과장됐다 하더라도 한국 경제가 일본식 장기침체에 빠져들 수 있음을 나타내는 적신호는 한둘이 아니다. 정쟁적 행동으로 경제 숨통을 막아버리면 국민적 비난의 화살은 야당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강경 장외투쟁을 주도하는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미래를 내다보는 온건파의 통찰력 있는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어제 세월호 유가족협의회 대표들과 다시 만났다. 야당이 무책임하게 빠진 상태이니 파국을 피하기 위해선 양자 협의에서 출구를 찾을 수밖에 없다. 여당과 유가족 대표는 두 번 만났다. 앞으로 신뢰를 갖고 자주 만나면 답이 보일 것이다. 이 원내대표가 “쓸개를 빼놓고라도 협의하겠다”고 한 것은 고무적이다. 새누리당 비주류가 당·청을 향해 적극적인 협상 의지를 요구하는 것도 주마가편이다. 유가족은 슬픔이 크겠지만 대승적으로 이제 양보하고 손을 마주 잡아야 할 때다. 새누리당은 수사권과 기소권이라는 마지노선을 지키는 범위 안에서 유연하게 협의에 나서야 한다.
염수정 추기경은 그제 간담회에서 추기경으로서 하기 어려운 말문을 열었다. “세월호의 아픔을 이용해선 안 된다”며 “유가족들도 어느 정도 선에서는 양보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갈등의 늪에 빠진 우리 사회의 안타까운 현실을 걱정하며 한 소리다.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43명의 유족은 생활고와 소외감으로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한다. 단원고 희생자 가족들은 분노를 멈추고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염 추기경의 고언도 마음으로 되새기고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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