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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시대 같은 영혼… 性소수자들 자긍심 찾기

입력 : 2014-08-28 21:59:22 수정 : 2014-08-28 21:5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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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프라이드’ 1958년. 필립과 실비아 부부의 집에 올리버가 방문한다. 올리버는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동화작가다. 규율과 체면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조차 알지 못하는 필립. 그런 필립은 올리버에게 묘한 호감과 동시에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고, 실비아는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기류를 알아차린 뒤 불안해한다.

2014년. 필립과 올리버는 공식적인 연인 사이이다.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 비교적 자유로운 사회.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필립과 올리버는 서로 다른 가치관 때문에 다투고, 실비아는 둘을 화해시키려 애쓴다.

연극 ‘프라이드’는 1958년과 2014년을 넘나들며 각각의 시대를 살아가는 성(性)소수자들이 사회적 분위기와 억압, 갈등 속에서 사랑과 용기, 포용과 수용 그리고 자신을 지지해 주는 이들과의 관계를 통해 정체성과 자긍심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성소수자’라는 특정한 인물들을 그리고 있지만, 모두가 한번쯤은 자신에게 물었을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먹먹한 울림을 전한다.

남과 다른 삶은 인정되지 않던 시대 1958년, 그리고 어느 정도의 차이는 인정되는 2014년 현재. 각각의 시대를 살고 있는 필립, 올리버, 실비아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인 듯해 보이지만 작품은 목소리, 잠 못 드는 밤, 침묵 등의 수 많은 은유와 암시를 통해 두 시대를 극도로 치밀하게 연결해 나간다. 이러한 계획적인 복선들이 촘촘히 얽혀 하나로 이어지면서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역사를 만들고 마침내 자신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발견한다. 극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긍심이야말로 행복한 삶의 근원이라는 보편적 메시지를 가슴 아프지만 따뜻하게 전하고 있다.

연극, 뮤지컬 구분 없이 왕성히 활동하는 배우 이명행, 김소진, 최대훈, 김종구, 정상윤, 김지현, 오종혁, 박은석이 출연한다. 뮤지컬 ‘카르멘’ ‘심야식당’, 연극 ‘환상동화’ 등에서 다양한 무대 메커니즘에 따뜻한 감성까지 담아내는 김동연이 연출을, 연극 ‘모범생들’의 작가 지이선이 각색을 맡았다. 11월 2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관객을 맞는다.(02)766-6007

김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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