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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정의 공연 돋보기] 교황이 남긴 축제의 시간과 치유의 웃음

입력 : 2014-08-28 22:10:46 수정 : 2014-08-30 09:5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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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열풍을 바라보며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볼 수 있었다. 그간 절망적인 사건들을 경험하면서도 위로받을 틈 없이 조용한 일상을 살아내야 했던…. 교황의 방한 기간은 우리 사회에 숨통을 트이게 만든 축제의 시간이었다. 일상이 멈춘 축제의 시간에 사람들은 사회적인 규범이나 관습에서 벗어나 평등하고 친밀한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또한, 억눌려 있던 감정을 표출해낼 수 있는 용기를 얻기도 한다.

이번 광화문 시복 미사와 같은 제의적인 퍼포먼스는 친밀감과 연대감을 느끼게 하는 ‘커뮤니타스’를 형성한다.
연극인류학자인 빅터 터너는 사람들이 제의적인 퍼포먼스 속에서 동지애를 느끼는 모습을 ‘커뮤니타스’라고 일컬었다. 원래는 ‘이상적인 사회’를 의미하는 단어이다. 교황이 미사를 집전하는 동안 그곳에 모인 사람들뿐 아니라 영상으로 시청하는 사람들까지 위로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커뮤니타스’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평소에 냉소적으로 떠올리게 되곤 하던 ‘희망’이나 ‘화합’ 같은 단어들을 진심으로 공유하면서.

보통 가톨릭 미사에서 볼 수 있는 커뮤니타스는 의무적인 성격도 띤다. 그러나 이번 광화문 시복 미사는 종교의 벽까지 뛰어넘는 ‘자발적인’ 성격을 보였다는 점에서 더욱 감동을 줬다. 이때 사람들은 서로 꾸미지 않은 상태에서 친밀한 만남을 이루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운동경기와 같은 세속적인 경우들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2002년에 경험한 한·일 월드컵을 떠올려 보라.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번에는 ‘인간애’와 ‘사랑’의 메시지를 중심에 둔 ‘선한’ 연대감을 느낄 수 있는 드문 기회였다는 점이다.

필자도 교황의 방한 마지막 날에 미사가 집전되고 있는 명동성당 앞에 나가 보았다. 공연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현장과 영상은 전혀 다르게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축제의 현장에서 피드백은 여타 공연장에서보다 더욱 크게 강화되고 사회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대체로 사람들이 강도가 세건 약하건 일종의 ‘트렌스 상태’에서 변화를 경험하게 되고, 이는 한동안 지속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기대할 수 있는 사회적인 변화는 무엇보다도 ‘치유’일 것이다. 선행을 목격하기만 해도 면역력이 증가하는 ‘마더 데레사 효과’를 전 국민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였으니. 따뜻한 위로가 필요했던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교황의 모습이 눈물을 자아내게 했던 이유이다. 이는 웃음 중에서도 ‘긍정의 웃음’과 ‘해방의 웃음’을 주는 희극으로서 일상을 환기시키는 퍼포먼스였다.

그러나 이것이 쉼표의 효과만으로 그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일상이 멈춘 시간은 현실에 대해 새롭게 돌아보고 돌파구를 마련하게 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광화문 미사 중 한 소녀의 기도가 인상적이었다. “인간, 인간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인간 이외의 창조물들과의 균형을 회복하게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생명마저 교환가치로 판단하는 천민자본주의, 마음보다 계산이 앞서는 사회가 얼마나 사람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는지 돌아볼 때다. 무기력한 냉소주의를 벗어나서 따뜻하고 열정적인 가슴으로.

현수정 공연평론가·중앙대 연극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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