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에 대한 맹목적인 추구만이 덕목이었던 1920년대의 사회 분위기 속에서 뛰어난 두뇌를 가졌지만 오히려 더욱 삐뚤어져 버린 주인공들을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극이다. 극은 이러한 이야기를 화려한 무대나 앙상블들의 춤과 노래 없이 오직 두 사람만의 대화와 노래만으로 풀어나간다. 그 대화와 노래 속에 숨어 있는 복선과 암시를 따라가며 감춰진 진실을 찾아나가는 것은 ‘쓰릴 미’가 가진 진짜 재미다.
극이 진행되면서 미묘하게 변화하는 두 주인공의 관계를 지켜보는 것도 ‘쓰릴 미’가 가진 재미. 진실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나’와 ‘그’ 사이의 감정과 권력관계가 조금씩 달라지는데 이 변화를 오직 연기만으로 표현하는 배우들을 보는 재미가 각별하다.
독특한 음악은 ‘쓰릴 미’가 가진 또 다른 매력. 극중 음악은 무대 위에 설치된 단 한 대의 피아노만으로 연주되는데 이처럼 극히 미니멀한 음악이 오히려 ‘쓰릴 미’의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지극히 건조한 극의 줄거리와 한없이 메말라버린 인물들, 그리고 음악이 어우러지는 것. 무대 한쪽에서 감미로운 감정과 격정적인 감정을 오가면서 펼쳐지는 피아노 연주를 지켜보는 것도 작품의 소소한 재미다.
‘젊은 뮤지컬 스타의 산실’답게 올해도 많은 마니아들을 거느린 젊은 유망주들이 다수 만날 수 있다. ‘나’ 역에는 정동화, 신성민, 정욱진이, ‘그’ 역에는 에녹, 임병근, 송원근 등이 출연한다. 오는 10월26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공연한다. 4만∼6만원. 070-4648-7523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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