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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배우 한대의 피아노로 펼치는 심리극… ‘쓰릴 미’

입력 : 2014-08-28 22:01:32 수정 : 2014-08-28 22: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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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쓰릴 미’
국내 뮤지컬계에는 몇 개의 흥행 보증수표가 있다. 대극장 무대에서 흥행을 보장하는 작품이 ‘오페라의 유령’, ‘지킬 앤 하이드’라면 중소형 무대에서 흥행을 보장하는 작품으로 꼽히는 것은 단연 ‘쓰릴 미’(사진). 2007년 국내 초연 이후 2012년을 제외하고 매년 무대에 오르는 것만 봐도 이 작품의 티켓파워를 알 만하다. 게다가 ‘쓰릴 미’는 젊은 남자 뮤지컬 스타들의 산실이기도 하다. 류정한, 김우형, 김무열 등 대형 뮤지컬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배우들은 물론 최재웅, 최수형, 정상윤, 장승조 등 뮤지컬팬이라면 손에 꼽을 만한 젊은 배우들이 모두 이 공연을 거쳐갔다. ‘젊은 스타의 등용문’ 격인 공연인 것.
좁은 무대에서 단 두 명의 배우와 피아노 한 대만 놓고 펼쳐지는 지극히 미니멀한 공연이 이토록 관객의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를 들 수 있다. ‘쓰릴 미’는 1924년 실제 벌어졌던 ‘레오폴드-로엡 사건’을 모티브로 두 명의 천재 범죄자가 벌이는 범죄행각을 다룬 극. 아이큐가 210에 달하는 천재 ‘나’와 역시 명문대를 조기 졸업한 천재 ‘그’는 12살 소년을 유괴해 살해한 죄로 감옥에 갇힌다. 두 천재는 뛰어난 두뇌를 바탕으로 완벽한 범죄계획을 만들어냈지만 ‘나’의 사소한 실수로 모든 계획이 물거품에 빠진 것. 하지만, 이렇게 실패한 범죄계획에는 감춰진 진실이 있다. 관객은 범행 이후 감옥에 갇혀 34년을 보낸 ‘나’의 입을 통해 그 진실을 알게 된다.

성공에 대한 맹목적인 추구만이 덕목이었던 1920년대의 사회 분위기 속에서 뛰어난 두뇌를 가졌지만 오히려 더욱 삐뚤어져 버린 주인공들을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극이다. 극은 이러한 이야기를 화려한 무대나 앙상블들의 춤과 노래 없이 오직 두 사람만의 대화와 노래만으로 풀어나간다. 그 대화와 노래 속에 숨어 있는 복선과 암시를 따라가며 감춰진 진실을 찾아나가는 것은 ‘쓰릴 미’가 가진 진짜 재미다.

극이 진행되면서 미묘하게 변화하는 두 주인공의 관계를 지켜보는 것도 ‘쓰릴 미’가 가진 재미. 진실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나’와 ‘그’ 사이의 감정과 권력관계가 조금씩 달라지는데 이 변화를 오직 연기만으로 표현하는 배우들을 보는 재미가 각별하다.

독특한 음악은 ‘쓰릴 미’가 가진 또 다른 매력. 극중 음악은 무대 위에 설치된 단 한 대의 피아노만으로 연주되는데 이처럼 극히 미니멀한 음악이 오히려 ‘쓰릴 미’의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지극히 건조한 극의 줄거리와 한없이 메말라버린 인물들, 그리고 음악이 어우러지는 것. 무대 한쪽에서 감미로운 감정과 격정적인 감정을 오가면서 펼쳐지는 피아노 연주를 지켜보는 것도 작품의 소소한 재미다.

‘젊은 뮤지컬 스타의 산실’답게 올해도 많은 마니아들을 거느린 젊은 유망주들이 다수 만날 수 있다. ‘나’ 역에는 정동화, 신성민, 정욱진이, ‘그’ 역에는 에녹, 임병근, 송원근 등이 출연한다. 오는 10월26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공연한다. 4만∼6만원. 070-4648-7523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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