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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칼럼] 정부는 (…) 준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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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8-28 21:13:03 수정 : 2014-08-28 21: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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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5년 동안 22조원 재정 축낼 공무원연금 문제
민간 기구 구성해 획기적 돌파구 찾아야
제목의 괄호 안에 들어갈 단어는 뭘까. ‘공무원연금 개혁’이다. 정부는 줄기차게 준비 중이다. 너무나도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 하루 앞서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 청사진을 공개했다. 스스로 언론사 논설·해설위원 앞에서 “제 색깔을 확실히 입힌 계획”이라 단언한 자료의 22쪽에는 ‘공공부문 개혁’ 항목이 담겨 있다. 연금 문제가 거기서 적시된다. 내용은 간명하다. ‘공무원·군인·사학연금 등 3대 직역연금 제도 개혁 추진’이라고 썼고, 작은 활자로 ‘3대 직역연금의 전면적 재정 재계산을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개선방안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눈을 씻고 봐도 그게 전부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난제다. 박근혜정부 5년 임기 중 적자 보전에 쓰일 국민 혈세만 해도 22조원이나 된다. 밑 빠진 독이다. 공무원 조직의 거센 저항도 걱정이다. 그런 사안에 대해 그리 허술히 얘기하고 넘어가도 되는 건가. 의구심이 이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따로 조용히 물어봤다. 구체적 복안이 뭐냐고. 최 부총리는 걱정 접어두라는 식으로 응답했다. “곧 나올 겁니다”라면서.

공교로운 점은 전임자였던 현오석 전 기재부 장관도 5개월 전에 똑같이 말했다는 사실이다. 박근혜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제시한 2월, 현 전 장관이 마련한 청사진도 판박이였다. 작은 활자로 ‘재정 재계산’을 덧붙인 점까지 같았다. 단 하나 다른 점은 2월엔 ‘개선’, 7월엔 ‘개혁’이란 점뿐이다. 현 전 장관은 결실 없이 옷을 벗었다. 준비만 하다 만 꼴이다. 최 부총리는 실세여서 다를까. 그렇게 믿기가 쉽지 않으니 탈이다.

정부는 공무원연금 앞에만 서면 매번 뻔한 춤을 춘다. 꼴사납게도 ‘엉거주춤’이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실눈 뜨고 눈치 보는 행태가 가관이다. 이번엔 박근혜 대통령이 개혁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제시했다. 2월 대국민담화를 통해서였다. 고무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새 춤판이 펼쳐질 것으로 여긴다면 큰 오산이다.

정부가 연금을 줄이고 퇴직수당을 늘리는 방안을 다듬는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가 귀띔했다고 한다. 조삼모사(朝三暮四) 초식으로 간을 본 셈이다. 앞서 열린 당·정·청 정책협의회는 개혁 방향에 대해 운도 못 뗐다. 새누리당은 되레 “여당도 알지 못하는 연금개혁안이 자꾸 이슈화되는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고 한다. 당·정·청이 개혁 주도의 책임을 서로 떠넘긴다는 풍설도 들린다. 싹이 노란 형국이다.

이승현 논설위원
다른 묘수가 없다. 박 대통령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행정부의 ‘셀프 개혁’을 신뢰하거나 입법부의 완력에 의지할 계제가 아니다. 행정부는 이해 충돌의 문제를 안고 있다. 왜 자기 밥통을 깨겠는가. 입법부도 그렇다. 재직 기간 20년을 채운 국회의원 보좌관들에게 공무원연금 혜택이 주어지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천지사방에 부뚜막 고양이만 널려 있는 것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주장하는 보도·논평에는 반대 댓글이 붙기 일쑤다. “이해 당사자인 공무원 의견도 경청하라”는 모범답안부터 “왜 남의 재산권을 침해하느냐”는 격앙된 반응까지 다채롭다. 댓글로만 본다면 공직사회엔 천문학적 적자를 혈세로 메워주는 일반 국민이 진정한 당사자라는 생각이 손톱만큼도 없다. 국민 세금이 공무원 재산이란 생각만 많다. 역지사지해 보면 이해할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런 조직에 개혁을 맡기고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시한부 민간기구를 꾸려 획기적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대통령이 결단할 일이다. 행정부와 입법부가 ‘어찌 개혁할 것인가’를 결정하게 해선 될 일도 안 된다. 민간 기구에 결정권을 넘겨 형평성의 원칙에 따라 고차 방정식을 풀게 해야 한다. 그래야 공무원연금 쓰나미로 나라가 결딴나는 캄캄한 미래를 피할 수 있다.

흔히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고 말한다. 문제 풀이는 당연히 어렵다. 쥐는 방울 달 능력이 안 되고, 고양이는 방울 달 의향이 없으니까. 하지만 고양이 주인은 방울을 달 수 있다. 박 대통령이 더 늦기 전에 단호히 주인 행세를 해야 한다. 주권을 위임한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다.

이승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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