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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주의 문학의 거장 발자크는 커피 중독자였다. 하루에 50잔 넘게 마셨다. 심지어 100잔을 마시는 날이 있을 정도였다. 잠을 쫓으려고 카페인의 힘을 빌린 것이 발단이었다. 젊은 시절 사업에 실패한 그는 빚을 갚기 위해 하루 15시간 이상 글을 써야 했다. 900여편의 소설을 쓴 발자크의 창작 에너지는 커피였던 셈이다.

커피의 원산지는 아프리카다. 에티오피아에서 이슬람 수도원으로 전파됐다는 게 통설이다. 정신을 맑게 하고 졸음을 쫓아내는 카페인 성분은 수도원 승려에게 신비의 명약이나 다름없었다. 금주가 생활화된 이슬람 사회에서 커피는 술의 빈자리를 채우며 세력을 넓혀갔다.

커피를 유럽으로 퍼뜨린 일등공신은 십자군전쟁이었다. 커피를 접한 유럽인은 맛과 향기에 흠뻑 취하고 말았다. 커피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시인은 커피를 소재로 시를 짓고 음악가는 노래를 불렀다. 시인 피칸다는 “천 번의 키스보다 황홀하고 마스카트 포도주보다 달콤하다”고 극찬했다. 사상가 장 자크 루소는 임종을 앞두고 절규했다. “아아, 이제는 커피 잔도 손에 쥘 수 없게 됐구나!”

사실 커피가 처음부터 유럽인의 사랑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이슬람에서 건너왔다는 ‘원죄’가 발목을 잡았다. 커피를 ‘악마의 음료’라고 배척하는 이들이 없지 않았다. 종교적으로는 절대 마시지 말아야 할 음료였지만 대중들은 마시고 싶어 안달이 났다. 고민에 빠진 사람들에게 속시원한 해답을 제시한 인물은 교황 클레멘트 8세였다. “이렇게 좋은 것을 이슬람 놈들만 마시게 해선 안 된다.” 교황은 커피에 축복까지 듬뿍 내렸다. 악마의 음료가 천사의 음료로 둔갑하는 순간이었다.

스타벅스커피가 최근 커피 한 잔을 나누고 싶은 유명인이 누군지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다고 한다. 연예인 중에서는 유재석, 스포츠인으로는 피겨 여제 김연아, 정치인으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꼽혔다. 커피점을 찾는 이유로는 ‘맛 자체를 즐기기 위해서’라는 응답자가 가장 많았지만 ‘사람과의 만남을 위해서’라고 답한 이도 세 명 중 한 명에 달했다.

따뜻한 커피가 그리운 가을의 문턱이다. 커피가 뿜어내는 진한 향기와 맛도 그렇지만 더 그리운 것은 커피 잔을 마주할 정겨운 사람 아닐까. 가슴의 빈 공간을 채워줄 커피 향 같은 사람 말이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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