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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교환대학생의 유럽여행기]그라츠의 '짧은 인연' 간직한채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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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8-30 10:53:58 수정 : 2014-08-30 11: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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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올 여름 터키 빌켄트 대학교 교환학생으로 가게 돼 6개월 동안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한다. 그런데 9월 개학을 앞두고 꿈에 그리던 유럽을 먼저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독일에 사는 친구와 함께 한 달간 유럽 배낭여행을 해야겠다는 결심으로 지난달 29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유럽의 여러 나라를 돌며 직접 보고 느낀 여행기를 시리즈로 실어본다.<5회>

아름다운 그라츠 시내 전경
그라츠에서 하루를 보내고 일요일 오전 10시에 거행되는 대성당 미사를 보러 짐까지 다 챙겨 나왔다. 시간이 좀 남아 천천히 시내구경 하면서 아침식사 할 곳을 찾던 중 어디선가 웅장한 오르간 소리가 들려온다.

 나도 모르게 소리 나는 쪽으로 가다가 발길을 멈추니 성당이었다. 지도에는 뭐라 이름이 쓰여 있는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엄숙하면서도 화려한 성당 내부와 마음이 편안해지는 오르간 소리에 왠지 눈시울이 붉어졌다는 것이다.  

 다른 곳도 더 가봐야 하고 트레이닝복을 입은 동양인 여행객으로서 있을 자리가 아닌 거 같아 무음 카메라로 멋진 장면을 몇 장 담다가 슬그머니 빠져나왔다. 계속 대성당을 향해 걷다가 이번에는 1600년대부터 대대로 내려오는 빵집에 우연히 다다랐다. 그라츠에는 1500년대와 1600년대 생긴 두 빵집이 꽤 유명하다. 임진왜란 때 있었던 밥집도 아니고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일요일이라 문 닫은 600년 된 빵집
미리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1500년대 지어진 빵집은 일요일 휴무라고 나온다. 그래서 문을 연 빵집으로 가 제일 만만해보이는 2.8유로짜리 샌드위치로 가볍게 아침을 해결했다. 유럽인들은 우리나라 빵과 달리 버터나 설탕, 흰밀가루는 빼고 만든 건강한 빵을 주식으로 삼는다. 샌드위치도 전부 식빵이 아닌 효모로 만든 통밀빵 또는 호밀빵에 각종 야채와 육류, 치즈를 골고루 끼워 만들어 맛 자체가 다르다.

문을 닫은 1500년대 빵집도 근처에 있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외관이 근사해 사진 몇 장을 카메라에 담은 후 대성당으로 발길을 돌렸다. 대미사 10분 전. 혼자 들어가 조용히 자리에 앉았는데 금세 종이 울리더니 모든 사람이 일어난다. 오르간 연주에 맞춰 사제들이 입장하고 찬송가와 함께 미사가 거행되면서 나도 모르게 또 눈물이 났다.

5분 정도 미사에 참석하고 나와 바로 옆 그라츠 성으로 갔다. 성 같지는 않고 소박한 건축물로 보이는데 투르크족의 침략과 나폴레옹 전쟁 등으로 옛 모습을 많이 잃은 상태란다. 그래도 옛 왕궁정원과 이중계단은 다 보고 빠져나왔다.

슐로스베르크의 시계탑
다음으로 향한 곳은 슐로스베르크의 시계탑. 엘리베이터나 레일로 가는 방법도 있지만 일단 돈이 드니까 걸어 올라갔다. 커다란 시계탑은 시침과 분침이 반대로 시각을 알린다. 예를 들어 우리 시계로 4시를 가리킨다면 여기 시계탑은 12시 20분이라는 얘기다. 여기는 예전에 요새로 쓰였던 곳이라 성벽이나 정원, 분수, 종탑 등은 그대로 남아있다.

언덕을 내려와서 란트하우스 쪽으로 가다가  ‘자허 토르테’를 먹기 위해 카페 자허에 들렀다. 지금 막 문을 열었는지 손님은 하나도 없고 텅 빈 곳을 혼자 당당하게 들어가 주문했다. 초콜릿케이크 사이에 살구잼이 발라져 있고 생크림과 함께 나오는 ‘자허 토르테’ 맛을 결국 봤더니 왜 유명한지 바로 수긍이 갔다.

   

사진 위 카페 자허. 아래는 초콜릿케이크 '자허 토르테'
시민회관 란트하우스에 들어가 와이파이를 켰다.그랬더니 그라츠에서 비엔나로 가는 카쉐어(CarShare) 자리가 하나밖에 없어 2명은 힘들 것 같다는 연락이 들어와 있다. 대신 이런 저런 사이트를 들어가 보라고 해서 많은 옵션 중에 3개를 골라 문자를 보내놓고 쿤스트하우스로 갔다.

겉으로 봐도 현대미술관이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도록 지어진 건물이다. 깊은 바닷속에서나 살 거 같은 못생긴 물고기 모양의 외관 안에는 2, 3층에 걸쳐 갤러리가 들어서있다. 3층에는 거대한 스펀지 덩어리들이 가득한 작품 하나만 달랑 있는데 설명을 들으니 ‘공간의 변형’ 색깔 어쩌고 하는데 이해하기가 좀 힘들다. 2층 작품은 처음에는 뭔가 싶다가 나중에 큰 감동을 받았는데 특히 화초 잎을 네모로 자르는 비디오아트가 충격이다.

작품감상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 무어강 중간에 설치된 인공섬을 바라보는데 카쉐어를 부탁한 사람한테 가능하다는 연락이 왔다. 10유로만 내면 편안하게 자가용을 타고 비엔나로 갈 수 있게 돼서 좋았다.

점심때가 되니 배가 고파왔다. 근처 5유로짜리 뷔페식당에서 테이크아웃 박스에 음식을 원하는 대로 담아 숙소로 가면서 먹었다. 여기는 길거리에서 식사해도 아무도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는다.

사진 속 사람들을 감안하면 쿤스트하우스의 조형물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숙소에서 좀 쉬다가 에겐베르그 성으로 향했다. 이것만 보면 그라츠에서는 더 이상 볼 게 없다. 2층부 터 둘러보기 시작했는데 옛날 화폐와 중세, 르네상스, 근대의 그림들이 전시돼 있다. 성안은 거의 갤러리처럼 사용되거나 콘서트, 다른 강연들도 가끔 열리는 모양이다.

이제 그라츠를 떠날 시간. 숙소에서 가방을 찾아 카쉐어 약속장소로 나갔다. 운전자는 마야, 우리 말고도 카쉐어링한 여자가 한 명 더 있다. 이름은 마리앤인데 둘 사이는 무척 친해 보였다. 비엔나로 가는 중에 우리는 가까워져 많은 얘기를 주고 받았다. 마야랑 마리앤이 좋은 레스토랑과 멋진 장소들을 가르쳐 주는 것도 모자라 아예 자기네 집에서 묵으란다. 아무튼 이들의 호의를 정중히 사양하고 비엔나 숙소 근처에 내렸다.

하루만 머물기로 한 숙소는 10인실인데 한국인 언니 한 분만 있었다. 그동안 다녔던 여행 얘기를 신나게 하는데 남자애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시간도 늦은데다 심신이 피로해 그냥 곯아 떨어졌다.

그라츠(오스트리아)= 김슬기라 리포터

<유럽 배낭여행 중간 팁>

1. 캐리어 보다는 배낭을 메자.

유럽에는 돌길이 많다. 캐리어 끌고 다니면 주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 달달달달달... 캐리어 바퀴가 고장나는 상황은 덤이다. 배낭은 무거우니까 짐은 최소화해야 한다. 정말 안 쓸 거 같은 건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2. 여행경비는 한국에서 환전하라.

현지 카드 결제나 ATM(현금 자동 입출금기) 사용은 아무리 조건 좋은 은행이라도 수수료가 붙고 높은 환율로 승인된다. 그냥 현금을 배낭 깊숙이 숨겨 놓고 매일 쓸 만큼 조금씩 들고다니는 게 좋다.

3. 물가는 유로존이 아닐수록 싸다.

코루나를 쓰는 체코, 포린트를 쓰는 헝가리는 물가가 싼 편이다. 체코에서도 프라하보다는 체스키크룸로프가 더 싸다. 비엔나 같은 유명한 관광도시는 입장료가 기본 1만원이 넘어 경비지출에 신경을 써야 한다. 물가 싼 곳에서 기념품 등 쇼핑하고 음식도 다양하게 먹는 것이 좋다.

4. 지금까지 가본 지역 체감물가

베를린, 빈, 잘츠부르크, 할슈타트는 물가가 비싼 편이며 상대적으로 체스키크룸로프는 낮다. 프라하와 그라츠는 중간 정도다. 예를 들어 체스키에서는 카페에서 파는 생 초콜릿이 하나에 600원 정도 하며 물가가 비싼 지역에서는 5배 정도인 3000원꼴이다.

5. 식당은 비싸고 마트는 싸다.

유럽은 음식재료 값이 저렴하다. 우리나라에서 미국 수입 소고기가 싸고 필리핀에서 배타고 온 바나나가 싼 것을 비유하면 쉽다. 유럽은 인건비가 비싸서 식당에 가면 가격이 확 오른다. 나라마다 마트에서 파는 것들도 먹어보는 것이 여행에서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6.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믿지 말자

게스트하우스, 유스호스텔 등의 이용방법이나 대중교통 등은 현지와 다를 수 있다.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속단하지 말고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믿지 않는 것이 낭패를 줄이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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